나플라 루피 등 메킷레인 소속 아티스트 단체 대마초 논란
마약 물의로 자숙, 평균 기간은 16개월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한국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다. 더 이상 마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 바로 연예계다. 근절을 외쳐야 할 이들이 이젠 밀반입에까지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한 소속사에서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마약에 적발되는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래퍼 나플라와 루피, 블루 등 5명은 지난해 소속사 작업실 등에서 함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대부분 초범인 점이 고려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1명만 재판에 넘겨졌다. 쉬쉬하던 소속사도 뒤늦게 사과했다.
연예인과 마약의 끈질긴 악연의 시작은 무려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5년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가수 윤형주, 이장희, 신중현, 김추자 등 18명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고, 76년에는 김세환, 김정호, 김도향 등이 대마초 흡연 협의로 입건됐다. 80년대에도 당대 톱스타들이 줄줄이 마약사건에 연루됐다. 부활의 김태원, 김수희, 김부선, 주병진, 전인권, 신해철, 김현식 등 17명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무더기 불구속 입건되면서 연예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90년대는 이승철, 신성우, 이현우, 김준원, 김중만, 신해철, 현진영, 조덕배, 심신, 박중훈, 김무선, 김범룡, 전인권, 조덕배 등은 물론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도 마약사건에 연루됐다.
2000년대에도 마약과 연예계의 악연은 이어졌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황수정이 일명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필로폰 투약혐의로 구속됐고, ‘월드스타’로 불리는 가수 싸이도 대마초 흡연혐의로 연예계에서 퇴출을 당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심진, 정찬은 대마초, 코요태 김구와 성현아, 듀크 김지훈 등은 신종마약인 엑스터시를 복용해 큰 충격을 안겼다. 또 주지훈, 김성민, 오광록, 에이미 등도 마약사건에 연루됐다.
매번 마약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처벌을 받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는 마약관련 이슈들이 이어진다. 박유천은 지난해 전 연인인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140만원 추징과 보호관찰 및 치료 명령을 받아 같은 해 7월 출소했다. 또 씨잼, 빌스택스(바스코), 남녀공학 출신 차주혁, 정석원, 십센치 전 멤버 윤철종, 방송인 로버트 할리 등이 마약 파문으로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특히 한류의 중심에 있는 YG엔터테인먼트는 잦은 마약 이슈로 ‘약국’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10년 투애니원 멤버 박봄의 암페타민 밀수 적발을 시작으로, 2011년 빅뱅 멤버 지드래곤, 2016년 탑의 대마초 흡연, 2017년 가수이자 프로듀서 쿠시의 코카인 투약 혐의 등 마약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이콘 멤버 비아이가 마약 구입 및 투약 의혹이 불거졌고, 양현석 전 대표가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혐의를 은폐하려 했다는 제보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문제는 중독성이 심한 만큼, 마약 범죄가 한 번의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김부선은 83년, 86년, 89년, 98년, 2004년 총 다섯 차례나 걸렸고, 고인이 된 김성민도 2011년 대마초와 필로폰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2015년 3월 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징역 10개월을 살고 나왔다. 이밖에도 계은숙은 3번, 박지만은 6번, 신해철 2번, 이센스 2번, 유퉁 2번, 전인권 5번, 조덕배 7번 등 상습적인 경우가 잦았다.
관계자들은 연예인이 유독 마약과의 악연이 깊은 것에 대해 대중의 기사에 대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그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약을 하면서 정신적인 불안감을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마약은 창작의 원동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범죄’에 해당하는 이 행위를 절대 창작에 대한 변명거리로 이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일부 연예인은 형량을 두고 ‘연예인DC’ 격의 감형을 해달라는 요청까지 한다. 이는 연예인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파급력의 크기를 간과한 처사다. 각성 또는 자성의 목소리 보다 죗값을 줄이려는 행동, 일정 자숙기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복귀하는 행동은 마약범죄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을 일으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보통 연예인들의 자숙기간을 살펴보면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6년 이상, 그 기간이 저마다 다르다. 모 빅데이터 분석업체가 연예인 자숙 기간을 분석한 결과 연예인이 마약 사건 후 방송 활동 복귀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6개월로 나왔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의적으로 정한 자숙기간 이후 방송에 복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도덕성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혐의가 입증된 범죄에 대해서는 분명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