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기간 연장 촉구 국민 기자회견'
"에너지 자립이 돼야 국민의 생활이 담보될 수 있다. 빌게이츠재단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위한 미래 혁신기술로 소형 원전을 꼽고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탈원전 정책이 계속되면 후손들이 살아가기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투성이다."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제3대 사장의 정부를 향한 진심어린 충고다. 한수원 원로 공직자인 그는 25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기간 연장 촉구 국민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 만료기간은 내년 2월 26일까지로,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서 대통령과 장관,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와 증거인멸 등 혐의가 나오면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함께 졸속으로 중단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정부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은 이후 경북 울진에 발전소 부지가 조성됐으며 기업이 부품제작 단계까지 돌입한 상황이었다.
신한울 3·4 재개해 원전 서플라이체인 유지해야
정치권 "경제 피해액만 4조원 달할 것으로 추산"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원전단체, 원로공직자, 학계 및 전공학생 대표 등이 참석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신한울 3·4호기 부지가 있는 경북 울진에서도 울진군의회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이중재 전 사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부는 원전을 2080년까지 차례로 폐쇄하겠다는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해 서플라이체인 명맥을 유지해줘야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또한 현재 97% 이상 해외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데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원자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사장은 정부의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계획을 자세히 갖고 있지 않다"며 "전력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것인데 원전 안 하고 석탄 안 하면 신재생 간헐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전원은 가스밖에 없는데 탄소중립을 감당할 수 있겠나.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이채익, 김영식 의원과의 공동성명문을 통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최종 백지화된다면, 사전제작한 원자로 설비비 5000억을 포함, 대략 7800억원의 매몰비용이 소요되며, 한수원이 기매입한 원전부지 51만평의 처리문제도 어려워지게 되는 등 경제 피해액만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여기에 지난 40년간 총 28기의 원전을 제작하며 축적해온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전산업 생태계가 고사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 원전산업과 원전기술의 몰락을 막고 원전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그 조치는 바로 건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라며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선행돼야 할 조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원자력 학계 참여, 정부 탈원전 정책 규탄
원자력 전공생 "탈탄소 참여토록 길 열어달라"
원자력 학계와 학생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방향의 시정을 촉구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정권이 벤치마킹한 독일을 보면 탈원전의 불법성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박상덕 수석연구위원은 "독일의 탈원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 아닌데 탈원전 결정, 유보, 다시 결정의 단계를 거쳤다"며 "이것은 탈원전이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정치적, 포퓰리즘적인 것을 말해주며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따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이 과정에서도 국회 절차를 거쳐 법을 개정하고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선거공약이 바로 시행되며 국회가 패싱됐다"며 "또한 독일은 장기간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데 비해 우리는 원자력계가 공론화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공론화가 필요없다고 거절했다"고 비교하며 지적했다.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탈탄소 의지를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셔야 한다"며 "탈탄소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라고 확실하게 말씀해 달라. 그래야 학생들도 마음 놓고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지속적으로 이용해야한다고 대통령 자문기구와 여당의 수석부의장도 언급했다"며 "대통령의 탈탄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산업부는 지금 당장 친환경 발전소를 짓고 인재 육성에 힘을 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재완 대표는 "우리나라 젊은 학생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게 해달라. 학생들의 앞길만 막지 않는다면 우리 학생들이 전인류의 탈탄소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친환경 발전소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해달라. 탈탄소 시대는 우리 원자력 전공 학생들이 만들겠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국민 기자회견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단계가 2단계로 상향조정 돼 인원수를 10명대로 제한하고, 사전에 철저한 체온측정 및 명부작성 등을 실시한 가운데 진행했다. 이들은 당초 청와대 기자회견에 함께 하려 했으나 코로나 2단계 상향조정으로 인해 청와대와 울진에서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