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신임이사장, 21일 업무 돌입...관피아 우려 해소 및 해결과제 산적
코스닥 활성화 및 증권상품시장 건전화 중점...회사채 ETF 개설추진 탄력
금융위원회 출신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으로 거래소 내부 분위기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전부터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한달 넘게 이어져온 수장 공백은 일단락할 수 있게돼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모든 업무 규정 승인을 하는 상위기관인만큼 손 신임 이사장이 금융당국과 시장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손병두 신임 이사장 선임안건을 의결했다. 손 신임 이사장은 지난 3일 이사회에서 단독 추천된데 이어 2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 7대 이사장에 오르는 손 신임 이사장은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국장,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고,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실도 지냈다.
한국거래소는 상징적으로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기관인만큼 손 신임 이사장이 취임 이후에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하다는 것이 금투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이 들어와있지만 여전히 단기 테마성 종목에 편중돼있다는 지적이다. 성장성이 유망한 혁신 벤처기업으로 돈이 흘러가고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 차원에서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도 성장이 정점에 달한 종목들 위주로 상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외에 코넥스와 같은 2부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상장 역시 상장폐지 활성화와 함께 기술력이 담보된 초기기업들의 상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뿐 아니라 퇴출이 수월한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뜨겁게 달궜던 원유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서도 증권상품시장 건전화 및 활성화를 위해 조직을 지금보다 더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내년에는 가계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차원에서 증권상품시장의 건전화와 활성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구조화증권 환매시장과 통합정보플랫폼 시장도 안정적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거래소가 추진하는 회사채 ETF시장도 내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채 ETF는 기업과 자산관리 측면에서 모두 장점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거래소가 나서서 주도해야할 사업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된 거래소 인프라 개설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내년에 전면 개편되는 탄소배출 의무가 강화되면서 시장에 대한 활성화도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개선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 실장은 "ESG 공시 관련해서 거래소 상장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시 의무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ESG평가체계, ESG 혁신지수들이 여전히 부족한만큼 공시 및 지수 인프라, 평가 인프라가 잘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권 시장은 전문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고 증권사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된 배출권 선물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신임 이사장이 국제금융전문가로 잘 알려진만큼 거래소의 글로벌 진출 기대감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유치와 교차상장, 거래소 플랫폼을 더 다양한 국가에 수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래소의 주요 수익원이 여전히 수수료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거래소처럼 정보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지수사업과 증권상품시장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취임 이후 관피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사장 선임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나 관피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보인 노조를 설득하고 협치하는 것도 신임 이사장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 신임 이사장은 관료출신 답지 않게 아랫사람들의 말을 잘 경청하고 온화한 성품의 리더"라며 "거래소도 신임 이사장을 맞아 관료 중심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를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