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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사태 책임론' 쫓아올라…금감원 피해보상 속도전


입력 2020.12.31 06:00 수정 2020.12.30 14:4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사전보상 동의한 KB증권에 대해 분조위 열고 배상추진

금융권 "투자자 모럴헤저드 우려 큰데 밀어붙이나" 우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해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펀드는 환매나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지만, 금감원은 판매사와 합의를 통해 서둘러 펀드사태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KB증권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조만간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우선 보상을 하고 나중에 정산을 하는 방식에 KB증권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또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제재심은 내년 2월 열어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펀드 판매사는 먼저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하고 추가 회수액을 갖고 사후 정산하게 된다. 금감원은 부실 사모펀드가 정리돼 손실 규모가 확정되기까지 수년씩 걸리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분쟁조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시간 끌기 말라"는 시민단체의 대대적인 시위도 분쟁조정 일정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와 사모펀드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의 시간 끌기 검사·제재와 분쟁조정을 규탄한다"며 신속한 분쟁조정으로 피해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손해 추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분쟁조정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판매자와 소비자, 투자자 간의 합의 있다면 이를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열어 마무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손실 확정 전에는 분쟁 조정이 어렵다는 확고한 입장이었지만, 펀드사태가 금융권을 뒤흔드는 최대 이슈로 부상하자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추정 손해액 배상' 논란 뜨거운데…금융권 "밀어붙일 일 아냐"


금융당국 입장에선 펀드사태를 둘러싼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을 모면하기에 이보다 손쉬운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판매 금융사들이 금감원이 제시한 사후 정산 방식이 부담스럽지만 향후 '서슬 퍼런' 제재에 대한 압박을 고려하면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펀드사태 수습 과정에서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펀드의 가치를 미리 추정해 배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추정 손해액을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게 가능하냐"는 게 금융업계의 지적이다.


여기에 환매 중단된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내에선 금감원 분조위가 지난 7월 '원금 100% 반환 결정'을 또다시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모럴해저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투자열기를 고려하면 이런식으로 밀어붙일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라임펀드 판매 은행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는 내년 1분기 중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신한·기업·부산·하나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해 지난 6~12월 검사를 실시하고 내년 1분기 중 제재심 개최를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독일헤리티지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2·4분기 중 분쟁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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