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이어 MLCC 가격 인상 조짐...수급 불균형 요인
전자업계 코로나19에도 선방...세트 호황에 부품 수요 지속
전자부품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초래되면서 올 한 해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태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등 다양한 부품들에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가격(기업간 거래 가격)은 3달러로 전월에 비해 5.26% 상승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2.85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했던 가격이 상승세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고정거래 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현물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3.735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2월 3달러선을 회복한 뒤 계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D램 가격은 현물가격(Spot price)과 고정거래가격(Contract Price)으로 구성되는데 매 거래일의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현물가격이 통상 2~4개월 시간차를 두고 고정거래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고정거래 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업황 개선 전망에 따라 하반기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월말 기준 낸드플래시 128Gb 멀티레벨셀(MLC) 가격은 4.20달러로 전월대비 동일한 수준이었다.
상반기까지 이러한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하반기때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올 2분기 고정거래가격 전망을 하락에서 보합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또 다른 대형 부품인 디스플레이도 지난해부터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월 초고화질(UHD)급 TV용 5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평균 가격은 182달러로 전월(175달러)대비 7달러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전 102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약 8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반도체와 함께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캐피시터(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도 수요 증가로 가격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안정적인 전류 흐름을 제어하고 전자파 간섭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전자기기내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가전제품·자동차 등 관련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스마트폰에 약 1000개, 전기차에 약 1만5000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부족에 그동안 미·중 무역 분쟁등으로 업황 둔화를 겪은 기저효과까지 맞물리면서 타이완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이미 세계 3위권인 야교와 화신 등 타이완 업체들은 중국의 설인 춘제가 끝나는 이달 말 전후로 MLCC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고사양 하이엔드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기와 무라타 등은 주요 거래 고객들과 주로 장기공급계약(LTA)을 맺는 터라 단기간에 가격 인상은 어렵지만 향후 점진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자부품 가격 인상은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 등 새로운 분야의 본격적인 성장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부족도 겹치고 있다. 차량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업체들은 전자·IT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을 낮게 가져갔었는데 최근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생산라인 증설에는 막대한 투자 금액과 설비 구축 기간이 필요해 당장의 수요 급증에 대응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수급불균형 해소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구세대 디스플레이로 여겨지던 LCD도 이러한 수요 공급의 간극이 존재한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집콕으로 TV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패널 수요가 급증했는데 올해 미니LED TV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패널 수요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LCD가 TV 등 중대형 패널 시장에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점차 생산캐파(생산력)를 줄여 나가면서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 것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IT업계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영향을 극복하며 선방할 것”이라며 “세트(완제품)의 판매 증가에 힘입은 부품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로 인해 (부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