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넘어 연일 최고가…'큰손' 투자자 가세하며 시장 들썩
'투기적 버블'이란 부정인식 여전…"전통자산 비해 변동성 높아"
거대한 유동성 물결 속에서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그만큼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치솟은 가격에 2017년 급락 때처럼 비트코인 대량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과 함께 연내 1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선 '디지털금'으로 불리고 있지만, 결국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금(金)의 대체재가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20일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일제히 6000만원을 넘어섰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30분 1비트코인은 6527만원에 거래됐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밤 자정을 앞두고 6천만원을 넘어선데 이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시각 빗썸이나 코팍스, 코빗 등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6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800만원대에 거래되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6배 이상 오른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00조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7000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시총을 넘어선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4배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80% 넘게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상화폐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0일(한국시각) 오후 10시 개당 5만72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6일 밤 사상 처음으로 5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8일 5만2000달러선을 뚫는 등 최근 일주일 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 안사면 바보"…연일 최고가 경신하며 급상승
문제는 '널뛰는' 변동성…"가장 큰 매력이자 위험요소"
비트코인 가격이 뛰는 배경에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마스터카드 등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영향이 컸다. 테슬라는 지난 8일 공시에서 비트코인에 약 15억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비트코인으로 자사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19일 트위터에서 "법정 화폐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단지 바보만이 (비트코인 등)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해 투자심리에 불을 당겼다.
무엇보다 자산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간편 결제 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제도권' 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7일 CNBC방송에 출연해 "사람들은 물가가 높이 오르고 빚이 쌓여간다는 가정하에 가치가 오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비트코인에 손을 대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5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는 "미국의 모든 기업이 현금의 10% 가량을 비트코인에 넣으면, 개당 가격이 20만 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JP모건은 지난 연말 보고서에서 "금 투자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대거 매수하면서 비트코인이 금 대체 투자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역시 변동성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에만 10% 이상 널뛰는 등 막대한 변동성이 매력이자 위험요소로 꼽힌다.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극도로 변동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융시장에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여전히 전통자산에 비해 변동성이 높은 편이기에 부(富)를 저장하거나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많은 사람이 황당한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며 "그들은 돈을 잃을 것이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