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용 D램 중심 가격 오름세...낸드 상승 압력 커져
원·달러 환율 1130원대 안팎...하락 우려 사라져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생산 차질 상쇄 가능성도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진입과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발 품귀 현상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 급증에 가격과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빚은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이 손실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서버와 PC용 제품을 중심으로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1분기 평균판매격(ASP)이 당초 예상치보다 상회한 가운데 환율까지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반도체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서버를 중심으로 노트북·모바일·그래픽 등 전 영역에서 D램 수요가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급락했던 서버용 D램은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와 맞물려 올 들어 가격이 반등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서버용 D램(32GB RDIMM) 고정거래가격은 119달러로 전월대비(115달러) 3.5% 올랐다. 지난해 12월 가격이 110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두달새 가격 상승률이 8.2%에 달한다.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이 제품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8% 오르는 데 이어 2분기 10~1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데이터센터 투자가 점차 재개되면서 D램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이에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D램의 뒤를 이어 낸드플래시도 올 2분기부터는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전체 낸드 가격이 약 3~8% 가량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으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로 인해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한파로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 가동 중단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접 낸드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지만 공장 캐파(생산력) 중 10% 가량이 삼성전자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탑재되는 컨트롤러 생산에 활용돼 SSD 공급이 점점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환율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주요 결제 통화가 달러여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그 비율만큼 실적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초만 해도 108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보이다 최근에는 1130원선을 오르 내리고 있어 지난해 4분기부터 불거진 환율 하락 우려는 상당히 사라진 상황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6.6원 내린 달러당 1129.7원에 마감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실적과 관련 "원달러 평균 환율도 기존 가정치 1100원보다 높아져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회복속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빠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최근 원·달러 목표 환율로 달러당 1130~1140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환율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각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달 발표하는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조원과 1조원을 넘기는 호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8조50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반도체는 3조 중후반대의 영업이익 예상되고 있다.
전년동기(3조9900억원)와 전 분기(3조8500억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 3주째 가동이 중단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스틴 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손실이 약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스템LSI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메모리사업 실적 개선과 환율 상승 등으로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102억으로 51.22%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이달 말 2021회계연도 2분기(2020년12월~2021년 2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매출은 기존 전망치 56억~60억달러(약6조3000억~6조7000억원)에서 62억~62억5000만달러(약6조9000억~7억500억원)로 조정했고 매출총이익률도 30~32%에서 32~33%로 상향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 제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해 가격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환율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