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마지막 날 바닥 민심 들어보니
與 지지층 "文 위해서 한 번 더 기회주고 싶어"
野 지지층 "與, 독재 중…내년 정권교체 해야"
보수의 아성인 부산에서 서부산권은 동부산권·중부산권에 비해 진보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부산권(북구·강서구·사하구·사상구) 의석 5석 중 2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석은 국민의힘이 갖고 있다. 특히 사하구의 경우 서부산권 중에서 부산 표심의 '바로미터'로 꼽아도 될 정도로 역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얻은 최종 득표율과 매우 비슷한 득표율을 보인 지역이다.
사하구의 표심을 살펴보면, 사하구 유권자들은 2018·2014년 시장 선거 결과에서 나머지 3구(북구·강서구·사상구)에 비해 최종 득표율에 가장 근접한 선택을 했다. 2018년 시장 선거에서 오거돈 민주당 후보는 55.23%%, 서병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37.16%%를 얻었다. 당시 사하구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6.05%, 36.75%였다. 2014년 시장 선거(서병수 50.65%·오거돈 49.34%)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사하구의 투표 결과를 보면 서병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50.55%,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49.44%를 획득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낸 전재수 의원(북·강서갑)은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서부산권 특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면 서부산권이 동부산권·중부산권에 비해 민주당 지지세가 크게 우세한 건 아니지만 민주당 표가 3~4% 정도 더 나오는 지역"이라고 했다.
북·강서갑의 경우 구포1~3동, 덕천1~3동, 만덕1~3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덕천동은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하고, 만덕동은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북·강서을(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화명1~3동, 금곡동, 강서구 전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금곡동은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고 화명동은 민주당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강서구는 명지신도시를 제외하고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다. 사하구갑(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괴정1~4동, 당리동, 하단1·2동, 사하구을(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신평1·2동, 장림1·2동, 다대1·2동, 구평동, 감천1·2동으로 구성돼 있다. 사하구의 경우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곳이 없는 편이다. 일례로 지난해 4·15 총선에서 최인호 민주당 후보는 김척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697표(0.87%p)차로 매우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일에 만난 서부산권 유권자들의 표심은 '정권심판론'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국민의힘에선 박형준 후보, 민주당에선 김영춘 후보가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상태다.
북구 덕천동 뉴코아아울렛 앞에서 만난 최모씨(남·58·만덕동)는 "이번 선거에서 8:2로 야당이 이기야 한다.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를 한다고 난리를 지기다(치다)가 국민들이 반발하니까 꼬리를 내리지 않나, 세금도 즈그들(자기들) 마음대로 쓰지를 않나, 문재인(대통령)·민주당이 하는 꼬라지 보기 싫어 죽겠다"며 격분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이 부인이랑 대학생 딸 2명 이래가꼬 4명인데, 오늘 아침에 다 같이 투표장에 가서 2번 찍고 왔다"고 했다.
덕천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만난 김모씨(여·76)는 "구포동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덕천동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바까야(바꿔야) 한다. 문재인(대통령)이가 독재를 하고 있다"며 "이번에 부산시장은 박형준이가 해묵꼬(해먹고) 내년에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총선 때 민주당에 투표했다고 밝힌 덕천동 주민 박모씨(여·58)는 "민주당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1번 찍었다"며 "지더라도 격차가 작아야 내년에 다시 붙었을 때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야당 후보에 대해선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국정원 사찰 개입 의혹과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등에 휩싸였는데, 이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오는 7일에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구포동 주민 노모씨(여·28)는 "정치에 관심 없고 잘 모르지만 정치가 썩었다는 건 안다"며 "그나마 덜 썩은 거 같은 1번 아저씨(김영춘)를 찍으려고 한다. 2번은 TV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 했다.
사하구 장림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씨(남·63·화명동)는 "1980년도에 임종석(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랑 같은 고향 전남 장흥에서 부산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박 씨는 "무조건 민주당 찍는다. 야당은 친일, 쿠데타 세력 아이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 나라 개판 만들어 놓고 어디서 큰 소리 치고 있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가덕도 신공항이 빨리 완공되려면 김영춘이가 시장 돼야 한다.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신공항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장림동 주민 유모씨(남·68)는 "작년엔 (국민의힘) 조경태 찍었는데, 올해는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할지 모르겠다. 투표장에 가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당리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씨(여·37)는 "문 대통령님을 너무 좋아해서 김영춘 후보에게 투표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김 후보 자체도 박형준 후보보다 도덕적으로 더 깨끗한 거 같아서 신뢰감이 간다"고 했다.
사전투표소에 들어간 부인을 기다리고 있던 박모씨(남·64)는 "나는 오늘 아침에 사전투표를 마쳤다. 지금 여당이 LH 사태 등으로 너무 수세에 몰려 있어서 힘들지 않나. 그래서 힘을 주고 싶어서 1번 찍었다"며 "인간 같지도 않은 오거돈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화도 나고 너무 밉지만,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 민주당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팬이다.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이려고 작정하고 달려들 때 내 마음은 보수에서 민주당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했다.
당리동 주민 김모씨(남·69)는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은 말은 똑바로 하는데 행동은 전부 반대더라. 그 결과가 4년 동안 다 나오지 않았나"라며 "이번에 바꾸고 내년 대선 때 싹 갈아엎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