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마지막 TV토론…신경전 끝까지 치열했다
격화된 공방에 흥분…'아차' 말실수도 나와
박영선 "계속 옮겨다녀야 하는 임대인의 설움"
오세훈 "돌아가신 안희정 지사도 실형 살아"
본투표일을 불과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 열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마지막 TV토론은 포연으로 자욱했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사랑하는 서울의 장소'와 '칭찬합시다' 코너에서조차 언중유골의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5일 오후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오세훈 후보를 칭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사실 오세훈 후보를 칭찬할만큼 오 후보와 공유한 시간이 없었다"며 "언변이 좋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MBC에서 법률상담 '오변호사, 배변호사'를 진행할 때 나는 기자였다. 방송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언변이 대단히 뛰어나다"며 "패션 감각도 다른 분보다 뛰어난 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후보는 오 후보와 정치적 접점이 거의 없다. 오 후보는 16대 국회에서 초선으로 원내 경력을 마친 뒤, 이후 광역단체장이거나 아니면 야인(野人)이었다. 반면 박 후보는 17대 국회부터 내리 4선을 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원내 생활을 같이 하면서 상임위 등에서 친분을 쌓는 것을 감안하면 "칭찬할만큼 공유한 시간이 없었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굳이 칭찬 지점으로 '패션 감각'을 꼽은 것은 묘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상속 부동산과 관련해, 민주당은 당시 인근에서 식당 영업을 하던 몇몇 관계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오 후보가 그 때 측량 현장에 선글라스와 흰 면바지, 고급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는 박영선 후보에 대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여성에게 유리천장이 있는데 4선 의원에 장관까지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여성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많았겠느냐"며 "아무쪼록 끝까지 승승장구해서 대성하는 정치인으로서 귀감이 돼주시면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실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영선·오세훈 후보는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장소'를 소개하는 순서에서도 본인의 치적을 부각하는데 시간을 활용했다. 이 과정은 추후 두 후보 사이의 신경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영선 후보는 "아무래도 애정이 듬뿍 묻어있는 곳은 구로디지털단지다. 내가 구로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애정을 많이 쏟았다"며 "구로디지털단지에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었는데, 그 거리를 걷곤 한다"고 소개했다.
오세훈 후보는 "내가 광진구에 살기 때문에 뚝섬에서 반포를 거쳐 세빛섬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서울에 30개의 한강다리가 있는데 20개 정도를 자전거로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며 "걸을 때는 주로 내사산 둘레길을 걷는다. 성곽까지 270㎞ 정도 되는데 이곳 역시 내가 공들여 만들어놨다. 걸을만 하다"고 자부했다.
이어 "시간이 좀 되면 연트럴파크(경의선숲길)가 아주 걸어볼만 해서 가끔 가서 걷는다"고 덧붙였다. 이 장소들은 모두 오세훈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 자신의 치적으로 꼽는 장소들이다.
그러자 추후 토론 시간 도중에 박영선 후보가 이를 문제삼았다. 박 후보는 "경의선숲길과 관련해서 정청래 의원이 화를 내더라. 다른 사람이 공약하고 국비가 들어간 것을 시비도 들어갔다고 모두 본인이 했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한강)자전거길도 본인이 한 게 아니지 않느냐.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것인데, 숟가락만 얹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후보는 "그것들은 내가 한 것이다. 시장 시절에 내가 결정한 것"이라며 "(문제삼는 것을 보니) 좋아보이기는 한가보다"고 받아넘겼다.
이처럼 '쉬어가는 코너'에서도 서로 뼈 있는 말을 주고받은 박영선·오세훈 후보는 토론이 격화되자 서로 발언이 겹쳐 도중에 사회를 맡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몇 차례나 끼어들어 제지해야할 정도였다. TV토론 도중에는 흥분했음인지 두 후보 각자에게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오세훈 후보가 이날 TV토론 도중 "임대차 3법은 잘못이 없느냐"고 따져묻자, 박영선 후보는 "임대인들의 설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옮겨다녀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임대인들의 설움? 임차인"이라며 "임차인이 옮겨다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도 즉각 "임차인들의 설움"이라고 정정했다.
반면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캠프' 핵심 관계자의 알선수재 전과를 거론하며 "감옥 생활한 분이 비서실장을 하는 것을 잘못된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오세훈 후보는 "그렇게 따지면 민주당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돌아가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지원 국정원장 다 실형을 살고나오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생존해 있는데도 갑자기 '돌아가신 안희정 지사'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나 박 후보도 "그분들은 서울시와 관련이 없지만 이것은 서울시와 관련이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을 뿐, 딱히 정정을 시도하지 않아 이 발언은 바로잡히지 않고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