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표준특허 5년 연속 세계 ‘1위’…5G도 3700여건 달해
6G·전장·B2B 등 그룹 주력 사업 재배치…인력 유출 방어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 가운데, ‘매각’이 아닌 ‘철수’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중국 등 해외 제조사에 기술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았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회사는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고, 미래 신사업에서 기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월 사업 재검토 선언 이후 휴대폰 매각과 부분 매각, 철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했다.
매각 시나리오에 따른 인수 후보로는 베트남 빈그룹·구글·페이스북·폭스바겐 등이 거론됐다. 다만, 몸집이 큰 탓에 매각이 쉽지 않았고, 기술 유출 우려까지 겹치면서 철수의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력 보유한 원천기술·IP·특허 내재화
무려 26년간 휴대폰 사업을 영위한 LG전자는 모바일 이동통신 분야에서 표준특허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에 따르면 LG전자는 4G(LTE·LTE-A) 표준특허 부문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독일 특허조사기관 ‘아이피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LG전자는 3700여건의 5세대 이동통신(5G) 표준특허를 보유, 글로벌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매각 시 휴대폰뿐 아니라 미래 경쟁력 있는 모바일 분야 기술력이 통째로 해외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왔고, LG전자는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IP), 특허 등을 내재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회사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6세대 이동통신(6G)·카메라·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가전·전장부품·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사물·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Ambient IoE) 시대를 대비한다.
◆숨고르기 후 모바일 복귀?…기술은 더 진화한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한 차례 숨 고르기를 한 뒤 적절한 시기에 다시 모바일 사업에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래 모바일 산업은 단순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와 자동차 전장과의 결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바(bar·막대) 형태의 스마트폰이 사라지고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전화를 걸고 받거나, 디스플레이 등 물리적 화면 대신 허공에 빛을 쏘아 올린 화면을 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가 중저가 위주로 중국 제조업체들과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던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벗어나, 수년 후 혁신 기술로 미래 모바일 산업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회사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전장 등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MC본부에 축적된 핵심역량은 LG전자와 그룹의 새로운 미래가치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LG전자와 그룹의 미래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역량 확보 차원에서 개개인의 이동 희망을 최대한 고려해 (직원) 재배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서 직원들은 차세대 가전·TV, 전장부품, 기업간거래(B2B) 사업 등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과 전기차 부품, 6세대 이동통신(6G), B2B 사업을 이끄는 LG그룹 주력사업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