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노트북 언팩에 스마트폰 상징 ‘갤럭시’ 명명
모바일 기기간 연동성 강조…노트북 시장 공략 강화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노트북 언팩(공개) 행사를 여는 가운데 행사명에 삼성 모바일기기 고유 브랜드 ‘갤럭시’가 붙으면서 노트북 시장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전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삼성’ 브랜드 대신 지난 2011년 이후 10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갤럭시’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모바일기기와 연동성을 강화해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오후 11시 ‘갤럭시 언팩 : 가장 강력한 갤럭시가 온다’ 온라인 공개 행사를 열고 고성능 노트북 ‘갤럭시북 프로’와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는 터치 패널과 ‘S펜’을 탑재한 ‘갤럭시북 프로 360’ 등 신제품을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 초청장에 “갤럭시 에코 시스템을 확장해 차세대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갤럭시 기기를 공개한다”고 밝히며 신제품의 성능이 아닌 ‘모바일 경험’을 강조했다.
이같은 전략에는 최근 노트북과 태블릿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스마트폰·무선이어폰·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무선 기기와 PC의 연동성이 중요해진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갤럭시 언팩은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행사로 이 무대가 노트북을 소개하는 자리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스마트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PC 시장에서 레노버가 27.1%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으며 HP(19.8%)·델(16.6%)·애플(8.7%)·에이서(6.0%)·에이수스(5.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갤럭시S21’ 출시 효과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7700만대로 전년 동기(5800만대) 대비 비교해 32%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23%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글로벌 PC 시장 판매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성장했다. 전체 판매량은 6990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32%나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규모가 커지고 있는 노트북 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자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애플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 ‘맥북’,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 태블릿 ‘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 간의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신형 아이맥 역시 아이폰과의 연동성을 강조했다. 애플은 자사 제품 홍보 페이지를 통해 “아이맥으로는 아이폰 최고의 기능을 크고 아름다운 화면에서 누릴 수 있다”며 “아이폰으로는 아이맥에서 하던 일들까지 걸어다니며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애플은 이러한 연동성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은 물론 PC와 노트북 시장에서 탄탄한 마니아층과 함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수 년 전부터 갤럭시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을 데스크탑 PC처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삼성 덱스(Samsung DeX)’다. 이번 행사에서 이를 뛰어넘어 스마트폰과 노트북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술이 발표될지 주목된다.
다만 애플과 삼성전자 생태계 전략에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애플은 ‘폐쇄성’을 기반으로 자사 제품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과의 협업을 통한 유연한 생태계를 표방하고 있다. 운영체제(OS) 역시 애플은 자체 맥 OS를 사용한다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를 기반으로 한다.
생태계가 유연하기 때문에 MS의 ‘원노트’및 ‘아웃룩’ 등과 삼성전자의 노트 애플리케이션(앱) 간의 빠른 동기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갤럭시노트20’에서 작성한 노트나 리마인더를 PC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윈도우 기반 PC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며 메시지·알림 확인·갤러리 최근 이미지 확인 등이 가능하며 PC에서 스마트폰 앱을 바로 실행할 수도 있다.
한편 갤럭시북 프로와 갤럭시북 프로 360 모두 13.3인치와 15.6인치 크기로 나눠 출시될 전망이다. 갤럭시북 프로 360은 화면을 360도로 돌려서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