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4월 수사 개시 구상했지만…연이은 악재에 '골머리'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 일파만파…공수처장 '검찰 소환' 가시권
"공수처장 비롯해 검사들 대부분 수사경험 없어 수사에 차질 빚을 것"
오는 30일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정성 논란, 검사 정원 미달, 수사 전문성 의구심 등 잇따른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진통 끝에 출범한 공수처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도출해 국민적 신뢰를 얻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출항하자마자 공수처 안팎으로 각종 난제가 산적하면서 당장 1호 수사의 시점을 잡는 것부터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이런 악재들의 중심에 김 처장 본인이 놓여 있다는 것은 공수처의 앞날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1호 사건'을 선정하기 위해 검사들과 하루에도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사건 검토에 시간을 쏟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공수처가 접수한 사건은 누적 966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처장은 공수처 검사 선발이 이뤄진 후 "넘겨받은 사건은 1호 사건이 아니다.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공수처에는 검찰에서 이첩된 '윤중천 면담 보고서 유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 등이 있지만, 1호 사건의 상징성을 고려해 직접 접수한 고소·고발 건 중에서 선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수사 착수와 함께 넘어야할 산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신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제공했다는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으로 신뢰성·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어 최근에는 황제 조사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허위 보도자료'를 내놨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수원지검은 문상호 공수처 대변인을 비롯한 사건 주요 참고인들에게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며,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 격인 김 처장의 소환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핵심 권한인 사건이첩 요청권 등을 규정할 '사건·사무규칙' 제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검찰·경찰과 사건 이첩 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열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고, 아직 추가 일정은 잡지 못했다.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규칙 제정 강행에 나설 경우엔 기관 간 갈등만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6일 임명한 공수처 검사 13명의 수사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 정원인 23명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수사 경험이 있는 평검사는 3명에 불과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또한 대부분 로펌 변호사 출신에 정부 인사들과 인맥이 있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박인환 변호사는 공수처를 둘러싼 각종 논란들에 대해 "김 처장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제대로 된 수사 경험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물밀듯이 접수된 자잘한 고소·고발 사건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애를 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까지 언급하며 "13명이 세상을 바꿨다"고 반박했지만, 절차가 곧 생명인 대형 부패나 비리 등 특수 사건은 손도 못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