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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스포츠정신’ 위중한 에릭센을 둘러싼 동료애


입력 2021.06.13 11:10 수정 2021.06.14 07:26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크리스티안 에릭센, 경기 도중 쓰러져 심폐소생술

치료 받는 동안 덴마크 선수들 에릭센 둘러싸는 모습

에릭센을 둘러싼 덴마크 선수들. ⓒ 뉴시스

덴마크 축구대표팀의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이 경기 도중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덴마크는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B조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 0-1 패했다.


경기 결과보다 중요했던 사안은 역시나 에릭센이다. 에릭센은 전반 40분, 스로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건너온 패스를 받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고 주변에 위치해있던 선수들이 급히 의료진 투입을 요청했다.


경기는 10분 넘게 중단됐고 의료진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에릭센에게 심폐소생술 등 긴급 조치에 나섰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UEFA는 그대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UEFA는 “병원으로 후송된 에릭센은 현재 안정을 되찾은 상태”라고 발표한 뒤 “진행하지 못한 후반전도 잠시 휴식을 가친 뒤 치른다”라로 발표했다.


재개된 경기서 승자는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후반 15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는 포흐얀팔로는 헤더로 연결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하지만 이미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에릭센이 그라운드에 쓰러진 직후부터 경기를 마칠 때까지 덴마크와 핀란드, 유럽축구연맹, 그리고 관중들이 보여준 동료애와 매너는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먼저 덴마크의 주장 시몬 키예르는 에릭센이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키예르는 곧바로 의료진을 불렀고, 기도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에릭센의 혀를 잡아당기는 응급조치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다. 키예르는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동안 동료들과 함께 에릭센 주위를 둘러싸 불필요한 장면이 전파에 실리는 것을 차단했다. 그리고 에릭센의 가족이 그라운드에 내려오자 감싸 안아주며 위로를 건내기도 했다.


결승골을 터뜨린 핀란드 역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 뉴시스

핀란드 역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전반 내내 열세였던 핀란드는 경기가 재개된 상황에서 덴마크 선수들의 침체된 분위기를 노려 후반 15분 결승골을 뽑아냈다.


득점에 성공한 포흐얀팔로는 기쁨 대신 흥분을 자제하는 제스처를 펼치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생각이 에릭센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향한다. 모든 게 잘 되길 바란다”고 걱정의 메시지를 보냈다.


경기를 주관한 UEFA와 현지 중계진도 자극적인 영상 송출을 보내지 않았다. 생명이 위중한 에릭센의 상황을 굳이 자세히 중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UEFA는 이날 경기의 MOM(수훈선수)로 에릭센을 선정, 응원을 북돋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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