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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사 추진…"투자 적기 타이밍"


입력 2021.07.01 11:25 수정 2021.07.01 11:2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1일 '파이낸셜 스토리' 개최…조 단위 투자 재원 확보

LG와의 소송 종료 등 안정적 대내외 환경 마련돼

물적분할로 SK이노 100% 자회사 가능성↑

창립 60년을 한해 앞둔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추진한다. 분할 법인를 통해 투자 여력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톱' 경쟁력을 가진 배터리 기업으로 적극 육성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전 경영진과 국내외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를 개최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 전략방향을 공개하며 "배터리 및 E&P(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자회사에 대한 지분매각, 자산효율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옵션에 대한 검토를 실행중"이라면서 "현재 E&P(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최적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분사는) 이사회에서 논의·결의되고 주총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대표도 "최근 2~3조원의 배터리 투자가 매년 이뤄지고 있는 데,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세한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최적화를 위해 조만간 분사 일정을 공개하고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설비 투자와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조달하기 위한 수 조원 단위의 자금을 마련하려면 분사를 한 뒤 기업공개(IPO)를 서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배터리 수주 잔고는 ‘1테라와트 +α’ 에 달한다. 그 동안 1테라와트 이상을 수주한 곳은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 두 개사 정도였으나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발표로 3개사로 늘었다.


1테라와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던 2017년 5월 당시의 60GWh(기가와트) 보다 약 17배 늘어난 것으로 한화 환산시 130조원 이상이다.


또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동섭 SK 배터리 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수주와 매출이라는 양대 영역에서 '글로벌 톱3'를 실현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 난다. 지동섭 대표는 “현재 40GWh(기가와트아워)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각각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5개년 계획이 순차적으로 이행될 경우, 2030년에는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회사 분사를 위한 대내외적인 환경이 마련된 것도 한 몫한다.


올해 초 햇수로만 3년간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의 분쟁이 종료됐고 SK이노베이션이 손익분기점 달성(올해) 시기도 명확히 공개한만큼 사업 분할을 위한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특히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사업과 함께 묶여 있는 것도 적절한 투자 환경을 마련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사업 부문 중 가장 매출이 큰 사업은 정유업으로,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조 단위 영업적자를 봤다. 화학 사업 역시 글로벌 업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만큼 성장동력이 큰 배터리 부문을 떼 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계는 배터리 분할이 가시화될 경우, 물적분할 방식으로 배터리 사업을 SK이노베이션 내 100% 자회사로 둘 것으로 예상한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지배구조상 중간 지주사 형태다. SK이노베이션 산하에 SK에너지, 종합화학, 루브리컨츠, 인천석유화학, 트레이딩인터내셔널, 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의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배터리 부문이 자회사 형태로 분리된다 하더라도 시장 선점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당분간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 사장은 "초기에는 분할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투자 리소스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IPO(기업공개) 시점과 연계해 탄력적으로 고민하겠다. 우선적으로는 시장과의 공감돼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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