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탄생 축하하고 반격 암시한 이광철, 공수처에 압수수색 당한 심정은?
조희연 의혹 1호 사건 선정에 '발끈'한 與…우리편 감싸기 구태 반복할까
친정부 성향, 수사력 미흡 논란 겪는 공수처…공명정대 일처리 증명할 때
지난해 12월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고통과 희생이 뒤따랐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국 일가가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악의적 수사의 희생양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을 내세워 검찰을 우회적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대목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비서관은 그로부터 반년여만에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받는 처지가 됐다. '윤중천 면담 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지난 20일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 비서관의 자택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수처의 탄생을 축하했던 이 비서관이 여전히 한결같은 심정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권의 심중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공수처가 진보 진영 인사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특채의혹을 1호 사건으로 지정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은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존재 기반이 흔들린다", "기가 찬다"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우리편의 허물은 일단 감싸고, 허물을 들추려는 수사기관은 '적폐 개혁대상'으로 몰아세우는 그간의 전형적인 행동 양상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제 관건은 공수처의 진정성이다. 공수처가 '청와대 실세' 이 비서관을 겨냥하긴 했지만, 그동안 황제조사 등 '친정부 성향' 논란을 빚어온 탓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용 수사만 벌인 채 사건을 뭉개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공수처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첫 압수수색 시도에 실패하고 다음날 다시 시도한 것은 증거인멸 시간 벌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범 이래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뿐만 아니라 수사력 논란까지 끊이지 않는 공수처다. 남아있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고발건 등 무거운 현안 처리에 앞서 여야 양측의 '무용론' 맹공을 피하려면 공명정대하고 확실한 일 처리 능력을 증명해야만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