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 모두 실적 개선
보복소비 여파에 명품 등 패션 매출↑
방역당국, 셧다운 검토에 하반기 영업 비상
추석‧블프‧코세페‧크리스마스까지 매달 대형 이벤트
유통업계가 2분기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 심리 확산으로 명품 등 패션 매출이 늘어난 데다 집밥 트렌드 여파에 식품 매출이 증가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채널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하지만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정부의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실적엔 비상등이 켜졌다. 추석을 시작으로 유통가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몰려있는 만큼 실적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은 올 2분기 작년에 비해 한층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연결 기준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444.7% 증가했다. 매출액은 3조9025억원으로 3.5% 감소했다.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와 비교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 실적에 반영된 일회성 세금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 규모는 399억원에 달한다. 명품 등 해외패션 매출이 증가한 맏형 백화점의 선전이 전체 실적을 주도했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주요 자회사의 실적 반등에 힘입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962억원으로 작년 2분기와 비교해 흑자전환 했고, 매출액은 1조3953억원으로 37.6% 증가했다.
명품 패션과 뷰티 사업 호조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디에프, 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등 주요 자회사들도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이마트는 3년 만에 2분기 실적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식음료 강화 전략이 적중하면서 식품 카테고리 매출 성장세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자회사 중에서는 트레이더스가 20%대 고성장을 유지한 가운데 이마트24도 흑자전환 하며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이마트는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8647억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13.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등 신규점 효과에 힘입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8638억원으로 67.2%, 영업이익은 577억원으로 609.6% 늘었다.
정부, 고강도 방역조치 검토…대목 날린 작년 사태 재현될까 ‘전전긍긍’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의 긴장감은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한 달 넘게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방역당국에서도 가장 높은 4단계에 더해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를 대상으로 QR코드 인증 등 출입 명부 작성이 의무화 됐다.
업계에서는 현 4단계 조치에 더해 추가적으로 봉쇄(셧다운) 조치가 이뤄질 경우 사실상 하반기 장사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9월 추석 대목부터 10월 블랙프라이데이,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12월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수요까지 매달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상반기에도 설 명절이나 5월 가정의달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 면에서 보면 하반기가 훨씬 크다”며 “연말로 갈수록 재고 처리를 위해 대규모 물량에 큰 할인을 적용하다 보니 하반기 매출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방역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온라인 쇼핑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기업들도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 매출 비중이 큰 만큼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 뺏긴 소비자들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형 할인행사 등 출혈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하반기로 갈수록 확진자 수가 늘면서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연시 수요까지 모두 놓칠 수 밖에 없었다”며 “올해도 작년 같은 사태가 반복될까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점포 면적은 물론 근무하는 직원들도 많다 보니 영업을 하지 못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치열하게 진행 중인 이커머스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