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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의 약탈자’와 언론중재법 개정


입력 2021.08.18 08:01 수정 2021.08.17 16: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언론인, 지금도 살해·소송 위협 직면

언론자유 방해, 국민의 알 권리 방해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다 쓴다. 그들은 뉴스의 출처조차 밝히지 않고 더 이상 사실 확인을 위한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는다. 오직 죽이는 일만 찾으려 할 뿐이다. 그들은 좋은 뉴스를 접하고도 이를 나쁜 뉴스로 바꿔버린다. 그들은 이제 가짜를 넘어, 타락했다”


이 말은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기 위해 민주당이 내세운 개정 취지가 아니다. 여기에서 “그들”은 ‘미국의 주류언론’이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말했다(2019.9).


비슷한 시각, 문재인 대통령.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습니다.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습니다…….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로 인정받는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언론자유지수(PFI)에서 한국은 2006년 31위를 기록했지만, 2016년 70위로 추락했습니다(2019.4).”


문 대통령이 인용한 ‘국경 없는 기자회’는 세계 180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좋은 나라부터 흰색(8%),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검은색(13%) 등 5가지로 구분해 해마다 발표한다.


대체로 북유럽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색깔이 연한 반면, 사회주의 독재나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색은 짙은 편이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트럼프와 같은 예외도 있지만, 그도 말만 많았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시도할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았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말하는 언론자유에 관한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발표하는 ‘언론자유의 약탈자(Predators of Press Freedom)’ 명단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리 말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명단에 없다. 어느 정도 탄압해야 여기에 명단이 들어가는지 살펴보자.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16년 35명의 정치지도자를 약탈자로 등재한데 이어 5년만인 올해 37명을 ‘언론자유의 약탈자’로 기록했다.


올해 약탈자 37명 가운데는 단골인 시진핑, 김정은, 푸틴, 오르테가, 마두로 등 우리가 아는 인물 말고, 17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미국 언론인 자말 카쇼기 피살사건(2018.10)에 연루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시진핑의 꼭두각시로 홍콩의 독립 언론 빈과일보(蘋果日報, Apple Daily)의 폐간(2021.6)과 발행인의 투옥을 주도한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 또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 방글라데시의 세이크 하시나 총리 등이다.


마음 약하게 탄압해서는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100여개 신문 잡지 TV방송을 문 닫게 하고 200여명의 기자들을 체포했다. 2013년부터 명단에 등재된 시진핑은 100여명의 기자나 블로거를 감옥에 가두고 ‘중국 전체를 언론인들을 위한 가장 큰 감옥’으로 만들었다고 기록돼있다.


2000년부터 이 명단에 들어있는 러시아의 푸틴은 4명의 기자를 수감한 일 말고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를 최악의 언론자유를 가진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난받는다.


김정은은 독재 말고도 지난 2017년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책을 좋게 평가했다고 남한 언론인 4명을 궐석재판에 넘겨 사형 선고를 받도록 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런 자료 말고도 피살 언론인 숫자도 해마다 발표한다.


언론인은 2018년 80명, 2017년 65명처럼 평균 50~100명 정도 목숨을 잃는다. 2020년 전 세계에서 피살된 언론인은 50명인데, 이 가운데 42명(84%)은 계획적인 살인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에서는 일간지 기자가 참수된 채 발견됐고, 온라인 매체 편집책임자(에디터)가 토막 살인을 당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일간지 기자가 마을 유지의 비리를 추적하다 산 채로 불에 타 숨졌고 이란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 교수형을 당하기도 했다. 다른 387명의 언론인은 억류, 인질, 실종 상태로 분류돼 있다. 이런 일들이 모두 2020년에 발생했다.


이처럼 언론인은 전쟁 지역을 취재하다가, 비리를 추적당하는 정부나 권력자들로부터, 또 범죄 조직으로부터도 살해, 피살, 인질 등의 위협을 당한다. 평시에는 언론중재나 심의, 명예훼손, 모욕, 손해배상 소송 등 민·형사상 다툼으로 시달린다.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의 다른 말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세상을 이해하고 아는만큼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의 4번째 과제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을 내걸고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PFI)를 노무현 시절과 같이 30위권으로 높이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2021년 지수는 작년과 같은 42위이다.


모든 언론 유관단체에 이어, 언론학회 회장단(27명), 대한변호사협회도 16일,문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관련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법안을 더 다듬어 입법하길 권고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 민주당의 결단을 가르치고 있다. 무리하지 말기를 바란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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