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이후 10대들 내면 들여다 보는 청소년 영화들
‘박화영’·‘어른들은 몰라요’가 남긴 호불호
‘최선의 삶’ 유의미한 변화 시도
10대들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하는 청소년 영화들이 늘고 있다. 진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담아내려는 시도들은 긍정적이지만, 디테일을 놓쳐 자극적인 이미지만 남기는 경우도 있어 표현 방식의 섬세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소년 기태(이제훈 분)의 죽음을 뒤쫓는 영화 ‘파수꾼’이 10대들의 내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호평을 받았었다.
절친한 친구였던 기태와 동윤(서준영 분), 희준(박정민 분)이 미성숙한 소통으로 오해가 생기고, 이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낸 영화였다. 학교 폭력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청소년 시기 예민하고 불안한 내면, 소통의 부재가 초래하는 외로움을 반영해 설득력을 높였다. 10대 남학생들 특유의 미묘한 관계 한 단면을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구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 이 영화는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윤성현 감독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제와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완성도를 입증받기도 했다.
‘파수꾼’ 이후 10대들의 리얼한 현실을 포착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났다. 영화 ‘한공주’(2014), ‘거인’(2014) ‘명왕성’(2017) 등 위기의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을 만났다.
‘한공주’는 누구보다 평범한 17살 소녀였지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이후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한공주(천우희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성폭행이라는 강력 범죄를 망설임 없이 저지르는 10대 가해자들의 잔혹함은 물론, 이기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하게 했다.
보호시설에서 자란 17살 소년 영재(최우식 분)가 시설에서 나와야 할 나이가 되자, 현실 적응을 위해 발버둥 치는 이야기를 다룬 ‘거인’과 입시 경쟁 때문에 무너지는 학생들을 담은 ‘명왕성’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함축한 청소년 영화들도 관객들의 긍정적 평가를 끌어낸 바 있다.
이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2018년 가출 청소년들의 실태를 담은 영화 ‘박화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었다. 99분 내내 쏟아지는 욕설과 과도한 폭력성, 살아남기 위해 성매매도 서슴없이 시도하는 모습 등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졌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지만, 가출, 비행 청소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목도하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다만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이 지난 2020년 내놓은 ‘어른들은 몰라요’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박화영’에서는 아이들이 왜 무리한 선택을 했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담았다면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그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박화영’도 아이들의 사연에 집중하는 친절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친구가 나의 전부였던 ‘그 시기’의 예민한 감정들을 통해 설득력을 확보했다면 ‘어른들은 몰라요’는 폭주하는 비행 청소년들의 행동에만 집중해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른들의 반성을 끌어내는 현실 반영적 영화가 아닌, 자극적인 이미지만 남겼다는 일부 관객들의 혹평을 받았었다. 더불어 청소년 영화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유발하기도 했다.
오는 9월 1일 개봉을 앞둔 ‘최선의 삶’도 방황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아 개봉 전부터 걱정과 기대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결과적으로 ‘최선의 삶’은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열여덟 강이(방민아 분), 아람(심달기 분), 소영(한성민 분)의 불안한 마음을 섬세하게 그리며 자극성에 대한 우려를 깨끗하게 씻었다.
집을 나간 소녀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만큼 섬뜩하고,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 문제 등 담고 있는 갈등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최선의 삶’은 불안정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18살 어린 소녀들의 내면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며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폭력 장면 역시 직접 담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자극성을 낮췄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10대들의 어둠을 통해 어른들의 역할을 상기시키고, 영화가 함축한 사회의 모순을 느끼게 하는 청소년 영화들의 시도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실 반영을 이유로 자극적인 장면들을 전시하게 되면 자칫 메시지까지 힘을 잃게 된다. 다양한 시도들 속 영화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표현 방식의 섬세함에도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