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본선경쟁력 조사' 수용
룰싸움에서 시작된 '윤석열 대 反윤석열' 구도
토론회방식 결선투표 여론조사 문구 등 '뇌관'
"갈등의 불씨 여전해…언제든 분란 날수 있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후보 경선룰 갈등의 핵심이었던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급한불을 껐지만, 향후 룰싸움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후보 간 토론회 방식과 횟수, 결선투표 도입 여부, 여론조사 문구 등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역선택 갈등 봉합됐지만 '尹흔들기' 계속된다
특히 이번 룰싸움에서 나타난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 구도로 후보들이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룰싸움은 1위주자를 흔들기 위한 '1 대 다(多)'구도의 싸움인데, 앞으로 이 갈등은 점점 고착화되면서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홍준표‧유승민 후보쪽에서 이번에 기선을 잡고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윤 전 총장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접고 선관위의 결정을 수용하는 '정치적 양보'를 택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경선룰을 좀 더 유리한쪽으로 끌어오기 위한 줄다리기를 추가로 이어갈 분위기다.
실제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채택하지 않는 대신 '여권 유력후보와 1대1로 맞붙는 상황'을 가정한 본선 경쟁력을 묻는 문항을 넣기로 한 것을 두고도 후보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이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본선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또다시 분란이 벌어질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고, 홍 의원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본경선에서는 '당원 50% 대 여론조사 50%' 비율을 유지하되, 여론조사 문항을 경쟁력에 비중을 두는 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후보들을 나열해놓고 적합도를 물었다면 이번에는 '여권 유력후보에 맞설 국민의힘 후보'를 묻기로 한 것이다.
선관위는 이 같은 방식의 양자 가상대결을 통해 경쟁력을 측정할지, 아니면 예시를 '민주당 XXX후보 대 윤석열' '민주당 XXX후보 대 홍준표' 식으로 나열해서 물을지 등을 여론조사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선투표제‧토론회…'변수 키우기' 이어질 듯
선관위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결과에 만족스럽지 못한 후보 진영에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반윤 후보 진영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변수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결선투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1, 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채택한 경선룰이다. 현재 일부 후보자들이 도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독주체제가 이어질 경우,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스크럼을 짜고 결선투표제 도입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선투표제가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 전 의원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토론회 방식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휘발성을 품고 있다. 현재 당 지도부는 오는 7일 대선 후보 프레젠테이션(PT)에 이어 9일부터 이틀간 선관위의 후보 대상 공개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PT는 상대 후보자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등록된 후보만 12명에 달하는 만큼, 특정 사안별로 논쟁을 벌이는 기존 토론회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토론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홍 의원이나 유 전 의원은 '전통방식의 토론회'를 빨리 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가 열릴 경우,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윤석열 대 반윤' 구도가 부담이 돼 경선룰 논의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나 싶다"면서 "경선룰 싸움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 밀리면 지는 것인데 사안별로 명분을 잡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