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업무일 경우 제3자 공유 불가
교보생명 풋옵션에 대한 가치평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2차 공판에서 해당 업무가 어피니티 측의 단순계산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단순계산 업무로 판명될 경우 평가 결과가 원칙적으로제 3자에게 공유될 수 없는 만큼 풋옵션 평가에서 독립성을 위배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의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선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박 모 교보생명 부사장에 대한 검사측의 신문이 진행됐다. 검사 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지시에 따라, 가치평가(valuation) 업무가 아닌 계산(calculation)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가치평가 수행기준에 따르면 고객과 합의한 계산 업무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 그 내용이 공유될 수 없다. 하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고객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수차례 합의를 거쳐 계산 업무를 수행했고, 이를 마치 독립적으로 수행한 가치평가 결과처럼 포장했다는 게 검찰측 주장이다.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내부규정을 위반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책임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IMM PE 관계자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에게 보낸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메일에는 IMM PE관계자가 "빈칸으로 보낸 표를 채워줘라, 그러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딜로이트 안진 회계사에 넘겼고, 해당 회계사는 "컨펌해달라"는 표현 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으로 미뤘을 때 어떤 결과값을 최종평가금액으로 정할지 결정해 달라는 합의된 계산 업무라는 게 교보생명과 검찰측 의견이다.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는 가격의 범위를 정해주는 법적 구속력이 발생한다. 이에 공정한 수행과 독립성이 요구된다. 그런 작업에 합의된 계산 업무를 수행하듯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또 일반적인 면책약정은 본래 보고서 목적이나 활용 범위를 벗어나는 일로 생기는 손해로부터의 면책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피니티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사이 맺어진 면책약정은 본래의 보고서 작성 목적인 '신 회장과 중재판정부에 공유됨으로써 생기는 손해에 대해 민형사상 손해를 보상'하기로 돼있어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 이사회의 대부분이 기업공개(IPO) 추진을 반대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사회에서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한동안 IPO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피니티측 멤버의 발언 이후 풋옵션을 행사해 교보생명이 IPO를 추진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