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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동'에도 아랑곳…文정부 '종전선언 올인' 외교전


입력 2021.10.29 05:00 수정 2021.10.28 23:46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미국 "한미만의 논의 의미있냐" 문제제기

靑 "시각차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견 아냐"

文 "세계평화 출발점" 국제사회에 설득전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종전선언'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제동을 걸었지만, 멈출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외교가 국제사회 시각과 동떨어진 노선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28일부터 7박9일 유럽순방에 나서며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국제무대에 의제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29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선 종전선언의 지렛대 역할을 할 '교황 방북'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27일 화상으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화해와 협력의 시작인 종전선언을 비롯해 평화의 한반도, 함께 번영하는 동아시아를 향한 길에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EAS를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얀마 사태의 해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위한 진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종전선언 등에 앞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조치가 선행돼야한다는 미국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전선언을 북한의 대화재개나 비핵화를 위한 일종의 '선행조건'으로 보는 우리와는 분명한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더욱이 종전선언에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백악관의 첫 공식입장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6일 종전선언에 대해 "각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미국이 종전선언에 사활을 건 우리 정부에게 "계속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온 것과는 결이 다른 반응이다. 외교가에선 "신중하고 다양하게 검토하라"는 요구나 "정중한 거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한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에서 "한미만의 종전선언 논의가 의미가 있냐"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이 우리 정부에 북한이 먼저 대화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 이상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월 22일 미국 히캄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마친 후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靑‧외교부‧통일부 총출동 "한미 이견 아냐"
文대통령 출국날 北 "외세에 구걸" 맹비난


하지만 정부는 임기 말 대북 종전선언을 향해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이날 "한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정착 등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해 왔다"며 "앞으로도 종전선언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는 양국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가는 동시에 양국 공동인식 및 공통점은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라며 "한미 간 협의는 상호 바람직한 방향으로 아주 진지하게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미 간 시각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견이라고 해석되는 것은 반대한다"면서 "미국과 심도 있게 협의를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2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양국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지 입장도 얻었다고 했다.


정작 북한은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연일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종전선언을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허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 선전매체는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오른 28일에도 "외세의 지지와 협조를 구걸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민족자주의 입장에 서야 한다'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은 최근에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동분서주하면서 저들의 '대북정책'을 누누이 설명하고 외세의 '지지'와 '협조'를 구걸하는 행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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