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투명성 제고 및 각종 인센티브, '공공'이 유리
갭투자자만 배불리는 격…재산권 침해 등 반대 목소리도 거세
정부가 도심복합사업 1호 사업지인 증산4구역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당 사업을 둘러싼 주민들의 찬반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번번이 재개발이 무산됐던 만큼 단기간 주민 동의 요건을 충족하는 등 도심복합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편에선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정부가 다양한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신속한 공급에만 집중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기자는 최근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된 서울 은평구 일원 증산4구역을 찾았다. 골목마다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밀집해 있었고 낮 시간대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문 한적한 분위기였다.
증산4구역은 2012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해 2019년 일몰제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등 다른 정비사업 방식을 고민하다 도심복합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국토교통부와 이곳 3080주민대표준비위원회 등에 따르면 단기간 토지주 동의율 75%를 충족해 지난달 말 예정지구 지정을 완료했다. 국토부는 연내 본 지구지정까지 마친단 목표다.
이곳 주민들은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개발 방식을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준비위 측은 다른 개발방식과 비교해 해당 사업이 훨씬 유리하단 입장이다.
박홍대 준비위원장은 "공공이니까 사업이 투명하게 진행될 테고 1군 건설사가 시공, 임대주택 및 기부채납 비율 축소, 용적률 상향 등 비용 절감 효과가 엄청나다"며 "주민 의견을 들어 중대형 평형대도 70% 이상 넣는 것으로 국토부와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기준 본지구지정 동의율을 71.3% 달성할 정도로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들 의지가 대단하다"며 "반대하는 주민들은 전체 1700~1800가구 중 50가구 정도도 안 된다. 단독필지 일부를 자체 개발해 매각 차익을 남기고 떠나려는 사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증산동에서 40년가량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언제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는데 번번이 엎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쳐져있었다"며 "국토부랑 은평구가 나서서 도심복합사업으로 개발을 해주겠다고 하니 뭐든 개발이라도 해달라는 심정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이 시행하는 사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다른 개발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증산4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업 철회 동의서를 받기 위한 별도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이날 사무실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여기는 재개발 얘기가 항상 나오는 곳이어서 빌라 갭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개발 계획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 주민 동의만 확보했다고 도심복합사업이 가능하다면 원주민들은 손해 보고 갭투자자들만 배불리는 격"이라고 반대했다.
배용문 비대위 이사는 "LH 보상계획을 보면 토지지분이 많은 단독주택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있다"며 "찬성 측 이야기만 듣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찬반 동의서를 누가 제출했고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되는 게 없다"며 "단독주택이나 필지를 많이 들고 있는 소유주들이 곳곳에서 반대하는데 머릿수만 채웠다고 사업이 강행되는건 재산권 침해"라고 꼬집었다.
비대위 측은 현재 토지주 23%가량의 반대 동의를 확보한 상태다. 향후 구청이나 LH, 국토부 등을 상대로 개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 등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데 대한 당연한 잡음이라고 지적한다. 재산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들 간의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할 경우, 자칫 정부가 목표한 신속한 공급은 달성하기 힘들 거란 견해다.
증산4구역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증산역 인근 상가 소유주들 반발이 심해서 사업이 일정대로 흘러갈지 모르겠다"며 "개발이익을 훨씬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사업방식이 있는데 건물주나 상가 소유주들이 도심복합사업 추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에서도 초반에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아직 도심복합사업에 대한 개념 자체도 모르는 분들도 많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업이라면 적어도 주민들이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는 아는 게 먼저 아니겠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