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왓쳐’·‘해피니스’
장르물로 두각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1997년 무협 소설 ‘양각양’으로 데뷔해 소설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던 한상운 작가는 이후 2010년 KBS2 드라마 스페셜 ‘텍사스 안타’를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아내가 사라졌다’, ‘습지생태보고서’, ‘완벽한 스파이’ 등 다수의 드라마 스페셜 작품을 집필하며 역량을 쌓았다.
2015년 KBS2 드라마 ‘스파이’로 처음 장편 드라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직 스파이 엄마와 국정원 요원 아들의 사투를 통해 가족 첩보물의 매력을 보여준 한 작가는 법정 드라마 ‘굿와이프’, 스릴러 ‘왓쳐’ 등 장르물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현재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해피니스’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 사는 대도시 아파트가 신종 감염병으로 봉쇄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로, 근미래 배경의 판타지 안에 현실적인 에피소드와 감정들을 녹여내고 있다.
◆ 첩보물→스릴러·법정물, 장르물로 빛내는 진가
한 작가의 장편 드라마 데뷔작인 ‘스파이’는 전직 스파이,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인 혜림(배종옥 분)이 정보국에서 일하는 아들을 포섭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임무를 받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스파이로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국정원 요원인 아들 김선우(김재중 분)와 혜림이 함께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은 작품으로, 가족 이야기와 첩보물을 조화시킨 독특한 형태의 장르물이었다.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하고 있던 혜림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변모하는 과정과 엄마의 비밀을 알고 힘들어하던 선우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하면서부터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펼쳐졌다. 선우가 사랑하는 윤진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면모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서로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것은 물론, 그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신도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였다. 풍성한 서사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바탕으로 가족 첩보물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이후 ‘왓쳐’에서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세 남녀가 경찰 내부 비리조사팀이 돼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뤘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궁금증에 인물들의 공조와 갈등을 더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줬다.
검사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뒀던 아내 김혜경(전도연 분)이 변호사로 복귀하는 이야기를 다룬 ‘굿와이프’에서는 법정 드라마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혜경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 꾸준히 새로운 사건들이 등장, 각 인물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도 흥미진진하게 담겼다. 변호사와 검사의 대립, 혹은 증인의 발언을 통해 분위기를 뒤집는 모습 등 법정 내에서 벌어질 법한 전개들이 디테일하게 그려졌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해피니스’는 평범한 일상에 파고들기 시작한 원인 불명의 감염병과 이상 징후를 보이는 감염자들이 출몰하기 시작하며 사건의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그려질지, 또 이 과정에서 어떤 비밀들이 숨어있을지 늘 새로운 장르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던 한 작가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 스릴 넘치는 전개에 녹여내는 섬세한 감정
전직 스파이인 엄마와 국정원 요원인 아들의 활약을 다룬 ‘스파이’에서는 ‘가족애’가 주인공들의 중요한 동력이 됐었다. 사건이 시작된 후에야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혜경과 선우였지만, 서로가 함께 행복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뭉클함을 유발했었다.
‘왓쳐’에서는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몰입도를 높였었다. 과거 군인이었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이 된 김영군(서강준 분)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캐릭터를 향한 깊은 공감을 하게 했다. 또 도치광(한석규 분)과 한태주(김현주 분)가 수사 과정에서 겪는 딜레마까지도 섬세하게 담아내며 흥미를 더하기도 했다.
감염병과의 사투 안에 대도시 신축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 차별과 은근한 신경전을 담아낼 ‘해피니스’에서는 한 작가가 또 어떤 감정들로 공감을 유발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