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조건부 특검’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혼선

정성호 "이재명, 특검 의지 밝힌 것"

김영배·고민정 "검찰 수사 해본 뒤 고민"

"협상하겠다"던 윤호중 "먼저 연락은 안 해"

野 "조건부 특검? 궁지에 몰려 시간벌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관련 ‘조건부 특검 수용’을 두고 당내에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특검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 수사가 먼저”라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한 것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성호 의원은 “조건부 특검이라고 하는데 조건부가 아니라 특검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느냐”며 “검찰 수사 이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특검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 과거 대부분의 특검들이 검찰수사 이후에 수사가 미진하다는 여론이 있을 때 도입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전에 특검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정 의원은 “검찰 수사가 곧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야권이)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특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후보가 표시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재명계 좌장으로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 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이에 반해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한 민형배 의원은 ‘특검 가능성의 문이 열렸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조건부라는 게 지금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라고 하는 게 아니냐, 그 얘기는 다른 말로 지금 수사부터 제대로 하고 그다음에 생각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이어 “마치 무언가 구리니까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 응답을 한 것”이라며 “제대로 수사를 해보고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 특검을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도 “검찰이 지금 수사를 하고 있는데 못 믿겠으니 특검으로 넘기자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특검법을 협상하면 내년 3월 대선까지 결론이 안 날 수도 있는데 그때까지 계속 대장동 이슈를 가지고 정쟁을 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의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검찰 수사를 믿고 기다려주는 게 일단 첫 번째”라고 ‘조건부 특검’에 선을 그었다.

전날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윤호중 원내대표는 한 발 물러나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윤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먼저 (야당에) 연락할 이유는 (없다)”며 “연락이 오면 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야당이 생각하고 있는 범위 만으로 특검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조건부 특검’에 대해 국민적 특검 요구의 압력을 빼고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로 판단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후보가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국민의 확신에 따라 (거부하면) 선거를 질 것이고, 선거에서 지면 새로 탄생한 정부에서 어차피 엄정한 수사를 받을 테니 조건부 수용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통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