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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장르물에 녹여낸 한국 사회…넷플릭스 오리지널 장점이자 한계


입력 2022.02.04 14:40 수정 2022.02.04 14:4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오징어 게임’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도 엇갈린 평가

해외서는 호평, 국내서는 호불호 이어져

‘지금 우리 학교는’이 이미 익숙한 좀비 서사 안에 학교 폭력과 계급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녹여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디피’, ‘오징어 게임’, ‘지옥’ 등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꾸준히 시도했던 장르물과 사회문제의 적절한 조화가 이번에도 통한 것이다.


다만 이것이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미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데 그치거나, 혹은 지나치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를 표현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콘텐츠들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주목을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외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이제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4일 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 3일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뒤 하루 만에 1위에 오른 뒤 6일 연속 이를 유지하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좀비들의 섬뜩한 비주얼과 기괴한 움직임을 실감 나게 구현한 것은 물론, 대걸레부터 활까지 동원한 10대들의 에너지 넘치는 액션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여기에 긴장감 극한 상황에서 이기적인 선택으로 분노를 자아내는 빌런 캐릭터, 남다른 배려와 책임감으로 감동을 유발하는 정의로운 주인공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까지. 좀비물 특유의 매력들을 공들여 담아낸다.


물론 언급한 요소들은 이미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좀비 서사의 전형이기도 하다. 여기에 차별화가 되는 것이 10대 임신과 학교 폭력, 입시 경쟁과 만연한 계급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작품 안에 녹여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10대들의 풋풋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새로운 흥미를 만들기도 하지만,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도 함께 담아낸다. 또 캐릭터들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 극한 상황에서도 싹트는 사랑과 우정을 통해 뭉클함도 조성한다.


이것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좀비물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금 우리 학교는’은 세계를 뒤흔드는 어두운 실존주의를 그린 작품”이라고 담은 메시지에 집중했으며, 더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총알처럼 빠르게 진행되다 필요할 때 감정적으로 울려 퍼진다”라고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선사하는 감동에 호평을 보냈다.


다만 문제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이것이 차별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나 입시 경쟁, 계급 문제 등은 청소년이 주인공인 드라마, 영화에서 흔하게 쓰였던 소재이며, 이를 담아내는 방식 또한 세련되지 못했다는 반응이 더 크다. 특히 불법 촬영과 유포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 사항을 직접적으로 담아내 소재를 오히려 선정적으로 다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한 바 있다. 456억 원을 건 극한 서바이벌을 다룬 이 작품은 사투 과정 자체의 흥미도 있었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가족애와 우정 등 감정적인 장면들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소구 포인트가 됐었다. 치열한 생존 게임을 다루는 작품들은 이미 흔했으나,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감동을 유발하는 전개 방식은 오히려 낯설었던 것이다. 나아가 극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과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불평등 문제 등 작품에 녹아있는 메시지도 ‘오징어 게임’을 한층 새로운 데스 게임 드라마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국내 시청자들은 ‘오징어 게임’ 속 과도한 신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장르적 재미가 아닌 스토리에 집중하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문제를 반복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것이 오히려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호평 원인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한국형’ 서사가 새로움으로 작용 중이지만, 이 역시도 반복되면 신선함을 잃을 수 있다. 장르적 매력이 애매하다는 빈틈을 지금은 한국형 서사가 채우고 있지만, 신선함을 잃을 때는 결국 완성도 자체의 부족함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K-콘텐츠 장점이 한계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적’ 성공 공식의 조합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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