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2천만 넘었는데…같은 4년차에 기지국은 ‘절반’
비싼 요금제 쓰면서 5G 구경 못해…“전국망 서둘러야”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무선국(기지국)은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달 거리가 짧은 5G 주파수 특성상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함에도 이동통신 3사가 설비투자(CAPEX)를 미루며 서비스 품질 강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LTE 무선국은 총 100만941국, 무선국 장치는 228만846대로 집계됐다.
무선국은 기지국이 설치된 장소를 뜻한다. 하나의 무선국에는 보통 2~3대의 장치가 설치된다. 지난해 말까지 구축된 LTE 무선국이 100만국을 넘긴 반면 5G 무선국 수는 19만8832국, 장치는 총 40만914대로 LTE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LTE가 2011년 상용화된 점을 고려해 같은 상용화 4년차인 2014년 수치를 놓고 비교해봤을 때도 5G 기지국 구축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용화 4년차인 2014년 LTE 무선국 수는 36만5513국, 장치는 79만5675대다. 같은 4년차에 구축된 5G 무선국 수를 놓고 봐도 LTE의 약 절반 수준밖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이통사들은 5G와 LTE 네트워크 특성이 달라 기지국 수에 차이가 날 뿐, 5G 장비 구축 속도가 더딘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현재 이통사들은 5G에서 각각 하나의 주파수 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LTE는 여러 개의 밴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장비를 연동해 쓰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LTE는 주파수 묶음 기술(CA·Carrier Aggregation)로 서로 다른 대역 간 연동이 가능하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특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봤을 때 5G 장비 구축 속도가 결코 느린 것이 아니다”라며 “전국 서비스를 위해 최대한 속도감 있게 무선국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도 이통 3사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5G 가입자 증가로 2년 연속 실적 반등을 이어가면서도 정작 서비스 품질 강화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면서도 기지국 설치 속도가 느려 정작 일부 지역 이용자들은 아예 5G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5G 가입자 수가 2091만5176명으로 LTE 가입자(4828만8764명)의 약 43% 수준에 도달한 만큼 기지국 구축 속도를 높이고 설치 지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상용화한 지 10년 지난 LTE와 아직 3년이 채 안 된 5G 기지국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러 대역을 상용하는 LTE가 장비 숫자 면에서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기간으로 보면 5G 장비수가 LTE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은 “5G 상용화 4년차가 되도록 대도시권역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휴대폰에서 5G 신호를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가 요금제와 설비투자(CAPEX) 축소로 이통사 곳간만 불릴 것이 아니라 이용자 후생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