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발언에 일일이 언급 부적절" 했던 靑
尹 '정권이 검찰 이용해 범죄' 발언에 "매우 불쾌"
일각서 "與 친문 결집 시도에 영향 미칠 듯" 분석
"대선 후보의 발언 또 주장, 이것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대선 정국에서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던 청와대가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언론 인터뷰 내용에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대선 관련 발언을 아꼈던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이를 두고 윤 후보는 불쾌감을 드러냈고, 정치권에서는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선거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보도된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 초기처럼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여 안 한다"며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와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그것은 보복인가. 현 정부 초기 때 수사한 것은 헌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회의에서 윤 후보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입장을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모회의를 통해 '청와대 입장'이 정리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청와대의 격앙된 반응에 윤 후보는 같은 날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선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대하는 태도와도 온도차가 있다. 청와대는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등 정부의 인식과 다른 제안을 할 때마다 "청와대가 일일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 후보가 부동산 등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지적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후보의 차별화는) 대선 정국에서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여당 후보인 만큼 설사 비판이 불쾌할지라도 이를 전면에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입장이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모양새다.
청와대가 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다른 야당 후보들의 비판에도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날 윤 후보 발언에 대한 반박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각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력 후보를 경계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민주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윤 후보를 비판하면서 친문 지지층과 진보 진영 결집을 시도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7일에도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북한의 도발에도 말 못하는 정부'라고 치부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리 선거지만 이런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