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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요즘 이야기”…시대 뛰어넘는 공감, 무대 위 고전의 힘


입력 2022.02.13 14:05 수정 2022.02.12 17: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국내 창작자들, 고전 재해석한 신작 잇따라

"고전 속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힘 있어"

“연극학도일 때 선배님들이 올린 고전 작품을 보고 동경했다. 그만큼 고전이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클래식의 위대함이 없어져 안타까웠다. 객분들에게도, 연극을 하려는 학생들에게도 고전극의 힘과 위대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극 '리차드 3세' 황정민 배우 ⓒ샘컴퍼니

연극 ‘리차드 3세’ 초연(2018) 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황정민은 고전극을 선택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1583년경 쓴 초기 희곡으로, 영국 장미전쟁을 배경삼아 15세기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실존인물 리차드3세(1452~1485)의 왕좌를 향한 광기어린 폭주를 그린다.


셰익스피어가 쓴 시적인 대사가 주는 말맛이 특히 매력적이다. 황정민이 “기가 막힐 정도로 공감이 가는, 딱 요즘 시대 이야기”라고 평한 것처럼 지금도 변치 않는,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는 고전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고전의 묘미는 그 이야기가 결코 낡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대를 반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


때문에 고전 문학은 이미 공연계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극 ‘작은아씨들’ ‘데미안’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 ‘리어왕’ ‘줄리엣과 줄리엣’ ‘햄릿의 비극’ 등 수많은 고전극들이 관객들을 만났다.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3대 뮤지컬로 일컬어지는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 ‘캣츠’는 모두 고전문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재도 ‘레베카’ ‘엑스칼리버’ ‘지킬앤하이드’ ‘프랑켄슈타인’ ‘그레이트코멧’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 고전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인기리에 펼쳐지고 있으며, 국내 창작자들도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한 신작을 꾸준히 내어놓고 있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 세기 전 쓰인 고전은 늘 재해석의 대상이지만 최근 들어 유독 무대화가 활발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시대적 고단함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고전 속에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힘이 있다. 고전 작품은 주로 전쟁 등 시대적인 고단함 속에서 오는 강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이런 고난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들이 장기화된 코로나19에 지친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전이 주는 1차원적 감동이 3차원의 무대로 재탄생되는 ‘공간적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다고 여겨졌던 도스토옙스키, 헤밍웨이, 괴테 등 대문호들의 작품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귀에 꽂히는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 사실적인 무대 연출 등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연극, 뮤지컬 창작자들은 고전의 무대화, 고전의 재해석은 계속해서 시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5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조씨고아-복수의 씨앗’ ‘낙타상자’에 이어 고성웅 연출이 선보이는 세 번째 중국 고전 ‘회란기’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 역시 700년 전 이야기지만 소유욕,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 거짓된 증거들, 모성애 등 여전히 이 시대와 은유적으로 닿아있다.


이밖에도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레미제라블’(2023년 10월 개막 예정)과 ‘웃는 남자’(2022년 6월 세종문화회관 개막 예정)는 물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1950년대 뉴욕으로 옮겨 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2년 11월 충무아트센터 개막 예정) 등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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