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현대차 187만대, 기아 133만대 전기차 판매목표 설정
기아, 지난해 수립 목표 대비 51% 상향…EV6 성공 자신감
전용 전기차 공장 설립, 배터리 타입‧공급선 다변화 등 추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1년 전에 비해 대폭 상향 조정됐다. 기존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따른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전략 수정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는 2일 ‘2022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포함, 17종 이상의 전기차(EV) 라인업을 구축해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 점유율 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아까지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목표는 12%다. 기아는 오는 3일로 예정된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133만대 가량의 전기차 판매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를 2670만대로 봤다. 이 시장에서 현대차 187만대, 기아 133만대 등 도합 320만대를 판매해 12%를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은 현대차와 기아가 1년 전 제시한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다. 기아는 지난해 2월 CEO 인베스터 데이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88만대로 제시했다. 3일 수정 발표될 133만대의 판매량은 이보다 51%나 많은 규모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목표를 밝히진 않았으나, 2025년까지 56만대, 204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8~10%를 제시했었다.
2030년 점유율 7% 달성은 2040년 목표치에 근사한 수준의 점유율을 10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전략 수정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의 잇단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따른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판매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 글로벌 시장에서 6만7000여대(내수 2만3000대, 수출4만4000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EV6 역시 지난해 8월부터 불과 5개월의 판매기간에도 불구, 연말까지 3만2000여대(내수 1만1000대, 수출 2만1000대)나 팔렸다. 두 차종 모두 판매기간이 12개월간 지속되고, 반도체 수급난 등의 변수만 없다면 판매량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라인업이 속속 추가되면 전기차 판매는 더욱 확대된다. 2030년까지 현대차 11종, 제네시스 6종 등 도합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이 완성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오닉 5에 이어 올해 아이오닉 6, 2024년 아이오닉 7을 출시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SUV 6종 ▲승용 3종 ▲소상용 1종 ▲기타 신규 차종 1종 등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출시된 G80 전동화 모델과 전용 전기차 GV60에 이어 올해 GV70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부터는 모든 신차를 전동화 차량으로 출시해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SUV 4종 ▲승용 2종 등 6개 이상의 차종으로 구축한다.
기아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년까지 준중형 및 중형 세단, 소형 CUV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7종의 전용 전기차와 4종의 파생 전기차 등 총 11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출시된 EV6에 이어 올해 니로 EV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대형 SUV 기반의 전용 전기차 EV9이 출시된다.
이같은 계획은 2030년을 기준으로는 좀 더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2030년까지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를 포함해 총 30종에 가까운 전기차 라인업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모델당 판매대수 역시 크게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21년 기준 모델당 평균 2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판매대수를 2030년에는 모델당 11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모델당 판매대수가 늘어나면 개발비 부담이 감소되는 만큼 수익률도 크게 개선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델당 판매대수 확대는 물론, 원가 절감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차는 원가절감 방안으로 ▲전동화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 구축 ▲해외 전기차 생산 거점 확대 ▲배터리 비용 경쟁력 확대 ▲배터리‧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 및 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 등을 제시했다.
현재 전기차 생산은 현재 국내와 체코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도 아이오닉 5가 생산된다.
이날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기존 생산 거점 외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 전동화 관련 투자와 생산에 대한 내용은 근시일 내 다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생산 원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경우 기존 배터리 공급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주요 지역에서 현지 조달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더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까지 배터리 타입을 다변화하고, 배터리 공급업체도 다변화해 가격 경쟁력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 극대화를 추진하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IMA 개발 체계는 2025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개별 전기차 모델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 별로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EV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아키텍처는 승용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로 이원화된다.
eM 플랫폼은 표준 모듈 적용으로 E-GMP 대비 공용 범위가 확장된 것이 특징으로, 모든 세그먼트를 아울러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된다. 주행가능거리(AER)는 현 아이오닉 5 대비 50% 이상 개선되며,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및 전차종 무선(OTA) 업데이트 기본화 등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딜리버리(Delivery, 배달·배송)와 카헤일링(Car Hailing, 차량호출)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배터리와 모터 시스템의 성능 개선 및 원가 절감도 추진한다. 2030년까지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2021년 대비 50% 개선하고 원가는 40% 절감하며, 모터는 원가를 35% 낮추고 중량을 30% 줄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