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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파킹통장에 7조 뭉칫돈…우크라 사태 '촉각'


입력 2022.03.13 06:00 수정 2022.03.10 10:4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연초부터 MMDA 강세 이례적

금융 불안에 역머니무브 가속

5대 은행 본점 로고.ⓒ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에 최근 한 달 동안에만 7조원이 넘는 돈이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연초에는 MMDA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게 일반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사태를 관망하려는 부동자금이 불어나는 가운데 향후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은행을 향한 역머니무브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MMDA 잔액은 총 122조223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6.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7조2516억원 증가했다.


MMDA는 은행의 대표적 단기 금융 상품으로, 잠시만 돈을 넣어놔도 이자를 주는 입출금 통장이다. 차량을 잠시 주차했다가 빼는 것처럼, 주로 짧은 기간 돈을 맡겼다가 인출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흔히 파킹통장이라 불린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MMDA 잔액이 37조439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8%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30조2766억원으로, 국민은행은 21조7946억원으로 각각 1.4%와 6.8%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밖에 농협은행도 16조4007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6조3124억원으로 각각 9.6%와 4.3%씩 MMDA가 늘었다.


연초 은행 MMDA의 강세는 이전과 사뭇 다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MMDA와 보통예금처럼 고객이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연말에 확대됐다가 연초에 축소되는 게 보통이다. 연말에 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지급되면서 잠시 통장에 넣어두는 돈이 늘었다가, 새해 설 명절 등으로 인해 현금 수요가 커지면서 요구불예금에 들어 있던 돈을 꺼내 쓰는 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시장 관망 속 부동자금↑


MMDA로의 자금 쏠림 배경에는 주식과 부동산 등 조정 국면에 접어든 자산 시장의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저금리에 힘입은 유동성 확대와 그에 따른 증시 호황 등이 올해 들어 잦아들면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MMDA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런 추세를 한층 강화시켰다는 평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앞두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자 주식에 들어갔던 자금을 빼 은행에 맡기고 투자 재개 시점을 살피려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개인과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기업의 자금 환경도 MMDA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MMDA는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보다 금리가 높지만 예치금 규모가 커야 금리 매력이 올라가는 만큼 기업 가입이 많다. 특히 기업들은 거래 대금을 주로 MMDA로 묶어둔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MMDA로의 역머니무브 경향이 앞으로 더 짙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본격적인 인상 기조에 접어든 금리가 당분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점쳐져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 인상되면서 1%대를 회복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추가 인상이 단행되며 현재 기준금리는 1.25%까지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도 두 차례 가량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시중 금리의 상승이 은행 수신 상품의 확대를 견인하는 가운데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이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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