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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공정한 경쟁을 보호하는 장치로 사용돼야 [최승근의 되짚기]


입력 2022.03.21 07:02 수정 2022.03.21 05:5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20년 넘은 규제에도 전통시장 활성화 등 당초 목적 실현 못해

경쟁자 죽여 반사이익 얻겠다는 방식으로는 상생 어려워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판 깔아주는 역할 맡아야

전북 군산지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일제가 시행된 첫날인 2012년 5월13일, 이마트 군산점의 문이 닫혀있다.ⓒ뉴시스

차기 정부에 대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20년 넘게 규제법으로 군림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다.


1997년 국내 유통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탄생한 이 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규제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의 의무휴업을 비롯해 영업시간과 신규출점 제한에 이어 최근에는 복합쇼핑몰에도 같은 규제를 적용시키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명분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됐지만 그렇다고 전통시장이 크게 수혜를 본 것도 아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규제의 명분도 살리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하락세만 부추긴 셈이다.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일 문을 닫는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장보기를 이용한다. 일부 관광지가 된 전통시장을 제외하면 20년 전처럼 여전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시장은 급격하게 확대돼 이제는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힌 대형마트는 야간이나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하는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규제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적을 대형마트로 규정하고 경쟁자 죽이기에만 몰두한 근시안적 해법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법 보다 민간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상생활동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6년 8월 당진 어시장에 1호점을 오픈한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주차장이나 점포 외관 등 단순 시설 현대화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라이브러리·카페 등을 마련해 젊은 고객의 방문도 유도하고, 시장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취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 매출도 늘리는 식이다.


상생스토어 입점 후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젊은 층 인구 유입으로 활기가 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지자체와 전통시장 상인들이 먼저 나서서 입점을 요구하는 수준이 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생스토어 입점을 계기로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동안 규제 대상으로만 봤던 대형 유통업체가 협력과 상생의 대상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공정'이 사회적인 화두로 부상하는 시대다. 규제도 시대에 맞게 유연해야 한다. 규제는 경쟁자를 죽이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기 보다는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는 장치로 남아야 한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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