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본회의서 검수완박 입법 마무리
국힘, 청와대 앞 투쟁 등 전개했지만
'여론' 무시한 다수당 힘에 속수무책
의회민주주의 무력화 선례 오점 기록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지난달 30일 처리된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검수완박 입법은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병행하며 총력 저지에 나섰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 밀어붙이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입법 과정을 "각본은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 제작은 민주당, 주연 문재인 대통령의 트루먼 쇼"라고 비유한 뒤 "오늘 국회는 책무를 망각하고 나아가 국민을 배신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앞에서 '국민독박 죄인대박 검수완박 반대한다' '대안없는 검수완박 헌법파괴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본회의장에 입장해 표결에 들어갔고, 164명의 찬성으로 결국 가결시켰다.
송언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민주당에게 있어 여야 협치를 위해 절차와 관례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의회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지난 대선 결과로 나타난 준엄한 국민 심판의 경고를 검수완박 강행처리로 철저히 무시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를 마친 직후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정례적으로 오전 10시에 개최되던 국무회의를 오후로 미뤘다. 이날 국회에서 처리된 검수완박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공포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수완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만장일치제'였던 법사위 법안소위에서의 다수결 처리, 위장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형해화, 회기 쪼개기를 통한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강행했다. 평일 본회의는 오후 2시에 개의한다는 국회법 72조도 무시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는 여야 합의를 중시하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에는 가장 먼저 선례를 참조한다"며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선례들이 쌓였으니 앞으로 국회 다수를 장악한 정당은 얼마든지 같은 방법을 사용해 법안을 처리하거나 또는 안건 폐기를 시도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최후의 보루로 지방선거 표심을 매개로 한 여론전을 펼쳤으나 민주당은 꿈쩍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설사 패배한다고 해도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많고 원내 다수당의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검수완박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며 "이럴 경우 소수당으로서는 답이 없다. 국회를 통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뒷받침은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