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자이언트 스텝 고려 안 해, 0.5%p 추가 가능성”
내달부터 9조 달러 대차대조표 단계적 축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은 것과 관련해 한은은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5일 한은에 따르면 이승헌 부총재는 FOMC 회의결과에 대해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고 파월 의장 발언도 다소 비둘기파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인 0.5%p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러시아간 전쟁 장기화와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대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준은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준금리를 0.5%p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40년 만의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연준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0.75~1.0%로 뛰었다.
기준금리를 통상적 조정 폭인 0.25%p의 두 배 규모로 인상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한 번에 0.5%p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성명 발표 후 이후 기자회견에서 “FOMC는 0.75%p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향후 경제와 금융 여건이 연준의 기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0%p 추가 인상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과 7월에 이런 빅스텝이 연달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또 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 정책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도 돌입하기로 했다. 이날 연준은 내달 1일부터 8조9392억 달러(1경 1272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일정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연준이 매입한 자산은 주로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자산을 방출하면서 시중 현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에 나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연준은 6월부터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가운데 47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흘려보내게 되며, 3개월 후인 9월부터는 이 규모를 950억 달러까지 높일 예정이다.
연준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일자리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반면 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정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확대에 따른 공급망 병목과 구인난으로 인한 임금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긴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3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이는 1982년 1월(6.9%) 이후 4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PCE 물가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참고하는 지표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전년 동월 대비)은 8.5%에 달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공급망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상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FOMC는 0.75%p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경제와 금융 여건이 연준의 기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p 추가 인상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강하고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감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어 우리가 연착륙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증시는 FOMC 회의 결과와 “0.75%p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안도하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8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9%, 나스닥 지수는 3.19%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