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외식가격 공표제, 세 달도 못 가 결국 폐지 가닥
반발 거셌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시행 3주 앞두고 6개월 연기
혈세‧행정력 낭비 지적 불가피…“현장 목소리 귀기울여야”
외식업계의 반발을 샀던 외식가격 공표제가 시행 세 달을 버티지 못하고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2월23일 시작돼 11차례 치킨, 김밥 등 12개 품목, 62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주요 제품별 가격 동향을 공시했지만 실효성 논란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엔 끝을 맺게 된 것이다.
전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당초 기대한 효과보다는 정부가 물가관리 실패의 책임을 외식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지난 3주간 외식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시행 3주를 남기고 올 연말로 시행이 미뤄졌다. 정부가 환경보호의 책임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떠넘긴다는 반발이 컸던 제도다.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카드 수수료 문제부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비 프랜차이즈 업주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불만의 배경이 됐다.
최근 두 사건을 놓고 외식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페에서 한 시간 만 일을 해봤으면 아니면 제대로 얘기라도 들어줬으면 나올 수 없는 제도”라는 현장의 비판이 결코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시행 전에 유예 됐거나 100일을 버티지 못하고 폐지되는 등 실제 시행된 기간은 짧았지만 생계가 걸린 자영업자들은 제도에 대한 부담에 사업을 접을 각오까지 했다는 말도 나온다.
2년 넘는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체력이 바닥난 상황임을 감안하면 그 공포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경우 시행 전에 유예되기는 했지만 이미 발주한 바코드 라벨과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입금한 보증금 등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이뤄진 상태다.
외식가격 공표제의 경우엔 애먼 곳에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대부분의 국민이 사용하는 배달앱만 봐도 대부분의 가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마당에 굳이 홈페이지에 가격 정보를 올리고 이를 통해 물가 인상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 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연이은 헛발질에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커피를 비롯한 외식 전반에 대한 사안은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산업이다.
소비자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임에도 제대로 된 홍보활동 없이 제도 시행만 강행하려 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경우 올 2월부터 설명회를 시작했고, 이달 초 한 차례 시연회를 진행했다.
외식가격 공표제는 세 달 동안 11차례 가격 정보가 공개됐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인 데다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방식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되레 소비자 혼란은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정부가 행하는 모든 정책이 순탄할 수 만은 없다. 특히 규제의 성격을 띄고 있는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현장 목소리를 듣는 일이 중요하고, 현장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새 정부는 이번 두 번의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같은 혼란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큰 배의 선장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