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장 "여야 협치 존중" 당부
김상희 부의장 젠더갈등 유감 표명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접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진석·김상희 국회 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의 '공직 여성 기회' 언급은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부의장이 '젠더 갈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이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먼저 김 부의장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오신 걸 보면서 국민들께서 이제 5·18 기념식과 관련해 여야 갈등이 없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국회 시정연설 때) 강한 의회주의자로서의 소신을 얘기해주셨다. 의회주의의 핵심은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이다. 그런 얘기를 해주셔서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젠더 갈등이다.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병석 의장은 이날 접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 정부의 첫 총리직인 만큼 신중하게 (표결을) 했다"며 "이제는 여권이 화답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화하고 또 대화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제 원칙은 억강부약이다.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부추기는(돕는) 것"이라며 "여야 협치를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 박 의장은 참석 대상이 아니었으나 만찬 당일 오전 이 사실을 윤 대통령이 알게 되면서 참석하게 된 이야기도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만찬날) 아침에 전화를 드려서 '어제 총리 인준 감사하다. 이따 저녁에 뵙겠습니다' 했더니 (박 의장이) '저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길래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대기 비서실장이 "국빈만찬이 아니라서"라고 부연하자 "아니 그것을 외교부 프로토콜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박 의장은 "정무수석이 전화했길래 약속도 있어서 안 가는 걸로 하겠다"며 "감사의 말씀만 전해달라고 했더니 (이 수석이) 안 된다고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외교부에 뭐라 하니까 외교부 의전장이 (박 의장을) 데려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당시 박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찍은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를 박 의장에게 선물했다. 박 의장이 웃으며 액자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유성펜으로 '2022. 5. 24 윤석열 드림'이라고 적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비서관들이 모여있는 청사 6층을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는 지하 1층을 지나가면서 "여기서 아침마다 기자들을 만난다.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지각한다고 할까 봐 늦게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할까 생각한다"며 "어떤 날은 예상한 질문이 나오고,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박 의장이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그냥 지나간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접견 후에는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46분부터 2시간 동안 만찬이 진행됐다.
현 국회의장단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다만 국민의힘 몫으로 뒤늦게 선출된 정진석 부의장의 경우 올해 12월 31일까지가 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