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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도 서민도 화물연대 총파업에 ‘한숨’…“물가상승 부추길라”


입력 2022.06.08 05:24 수정 2022.06.07 15:1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주류·이커머스 등 업계 곳곳에 진통

물류대란 등 파생 문제 심각

유통업계 “다 같이 죽자는 것” 맹비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인천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깊다. 경제위기 태풍 속 업체별 도미노 피해는 물론, 추가 물가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걱장이 크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의 화물 노동자는 약 42만명인데, 화물연대에 소속된 2만5000여명과 비조합원 수백여명이 참여한다.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을 선언한 배경에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에 있다. 화물연대는 최근 경윳값 상승으로 운송비 부담이 커졌음에도 정부가 문제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파업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연말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유지·확대해야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화물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보장해주는 제도다. 도입 당시 기업의 물류비 부담 증대로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오남준 화물연대안전운임추진위원장(부위원장 겸직)은 지난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총파업의 핵심 이유는 안전운임제"라며 "정부, 국회(관계자)를 만나 수도 없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얘기했는데 논의를 계속 미루면서 파업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의 편의점에 판매중인 소주.ⓒ뉴시스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 시작에 앞서 이미 업계 곳곳에서는 진통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피해가 가시화 되고 있는 곳은 주류업계다. 하이트진로 화물차주들의 파업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이천·청주공장의 하루 평균 출고 물량은 평소의 59%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행법상 주류 제조사는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유통할 수 없다. 주류 유통 시장은 '제조사→도매상→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화물차주 파업으로 소주 출고가 차질을 빚자, 주류 도매상 수 백명이 직접 트럭을 끌고 ‘참이슬 조달’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유통업계로까지 피해의 불씨가 옮겨 붙었다. 편의점 업계 5위 미니스톱은 최근 가맹점들의 참이슬·진로 등 일부 주류의 발주를 제한한다고 고지했다. 아직 발주가 가능한 다른 편의점 업체들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미리 주문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편의점이 당장은 재고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주말부터는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U는 이날부터 일부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는 참이슬 후레쉬 병 제품에 대한 발주 정지를 결정했다. GS25는 별도의 발주 제한을 걸진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수양물류 외에 다른 운송업체와의 추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이 파업을 벌이면서 피해가 커지면서 임시방편 마련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주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고가 차질을 빚고 있어 도매사 뿐 아니라 유통사,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며 "다른 물류 업체와 추가 계약을 추진해 물류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앞 메뉴 입간판 모습.ⓒ뉴시스

이커머스 기업과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선식품이나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취급하는 일부 식품 관련 기업들은 지난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전체 6% 정도로 현재 파업으로 인한 특별한 영향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추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가상승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상하이 봉쇄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번 파업은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매달 금리도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안전운임제로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고 있다”며 “이를 빌미로 이렇게 어려운 시기 무리한 파업까지 한다는 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물류대란과 물가상승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관계 부처와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물류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군·지자체·물류 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관용 차량을 투입한다.


또 필요하면 철도공사의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열차를 탄력적으로 증차 운행하고,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운휴 차량을 활용해 대체 수송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은 물류 수송난을 악화시키고, 물가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국민 생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화물연대는 지금이라도 집단운송 거부 의사를 철회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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