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폐의약품 분리 배출 16.9% 불과…대부분 일반쓰레기로
시민 "수거함 찾아가 버리기 불편…수시로 동네에서 버리고 싶어"
전문가 "흙·하천 유입시 환경오염 넘어서 결국 우리 몸으로 돌아와"
서울시 "오남용 문제로 관리 인력 상주해야…상주 고려해 시간 안내 예정"
'폐의약품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환경오염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하지만, 수거 방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배출 편의성을 고려한 폐의약품 수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구원의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가루약을 약국·보건소 등 폐의약품 수거함에 분리 배출한 시민은 16.9%에 불과했다. 폐의약품 이용이 불편한 이유로는 '수거함까지의 거리가 멀어서'가 43.8%, '약국·보건소에 가져다주는 것이 눈치 보여서'가 35.5%를 차지했다. 폐의약품을 버리기 위해 보건소나 약국에 찾아가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배출 장소로는 아파트나 동네 어귀, 배출 방법으로는 수시로 배출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서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시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굳이 직접 가서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 쓰레기에 버릴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흙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간 의약품이 우리 몸까지 들어올 수 있다며 배출 편의성이 좋은 수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규 고려대 약대 교수는 "폐의약품을 아무렇게나 버리면 화합물이 땅이나 하천으로 유입돼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순환하다 우리 몸에 들어올 수도 있고, 생물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개천에 흘러들어가 미생물과 접촉하게 되면 내성균이 생길 수 있고, 알 수 없는 병이 생길 수도 있다"며 "수거 방법에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폐의약품이 흙으로 들어가면 식물 등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가게 되고, 물에 들어가도 결국 사람이 마시게 된다"며 "의약품은 초미량으로도 몸에 해롭다"고 말했다. 그는 "건전지 수거함을 아파트에 설치했듯이 폐의약품도 정해진 수거함으로 주기적으로 편리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제공하는 폐의약품 수거함의 위치 정보가 자치구별로 달라 통일성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공시설의 수거함의 경우 스마트서울맵에서 상세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데이터포털에서 폐의약품 수거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어떤 자치구는 자세하게 나와 있고, 어떤 자치구는 약국을 제외한 수거함의 위치만 나와 있어 통일된 정보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생활환경과는 "공공시설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은 스마트서울맵이라는 사이트에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약국에 설치된 수거함은 자치구별로 업로드할 예정"이며 "홍보물 등을 이달 안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원이 조사를 시작한 2021년도보다 현재 상황은 많이 달려졌다"며 "공공시설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 수거함을 확대하고 있으며 공동주택에도 '집중 수거의 날'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분리수거함 같은 상시 배출 시스템 도입에 대해 서울시는 "환경부에 따르면 폐의약품 수거는 오남용 문제가 있어 관리 사무원이 상주하고 관리해야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관리 인력이 상주할 때 버릴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