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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發 부동산 금융 위험관리 '도마' [부광우의 싫존주의]


입력 2022.06.27 07:00 수정 2022.06.27 05:4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금리 인상에 얼어붙은 PF 시장

폭탄 돌리기 멈추고 냉정 찾아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자료사진) ⓒ뉴시스

"아예 올해 신규 사업은 접고 부실 물건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금융사도 수두룩합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가 한탄하듯 내뱉은 말이다. 지금이면 한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금을 모아야 할 때이지만, 이미 연말이 온 것처럼 관련 시장이 식어버렸다는 볼멘소리다.


화두는 금리다. 시장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쪽과 공급해야 하는 쪽 모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부동산 PF 딜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후순위 금융사에 사실상 두 자릿수 대의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는 뒷말마저 나온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안고 선뜻 신규 프로젝트에 뛰어들기엔 위험이 만만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직후 0%대 저금리에 힘입어 우후죽순처럼 일어난 부동산 PF가 금리 인상기를 맞아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여의도를 떠돈 한 문건은 부동산 금융 시장의 여건이 심상치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새마을금고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전국 지역 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담보신탁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2조4161억원에 달했다.


부동산담보신탁 대출은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사에 넘기고 수익 증권서를 받아 금융사에 제시하면 대출이 실행되는 구조다. 채권자의 가압류에서 자유롭고, 담보인정비율 규제가 느슨해 대출 한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가계보다는 주로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많이 이용한다.


새마을금고의 문건은 여러 여신 상품들 중에서도 부동산신탁담보 대출에서의 연체가 과다하다고 보고, 관리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발 전 토지담보대출이나 준공 후 미분양 담보 물건 취급으로 인한 연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취급과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금융당국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을 통해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향후 자본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은행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부동산 금융거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증권사와 신탁, 펀드 등을 통한 거래를 의미한다.


새마을금고의 해당 문건에는 특정 주간 금고나 외부 주간 금융사의 권유에 의한 맹목적인 대출 취급을 절대 지양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와 관계없이 근린시설과 지식산업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숙박업소 등 미분양 담보물건 취급을 자제하라고도 했다.


요즘 들어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금융위기라는 단어는 10여년 전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폭탄돌리기는 결국 모두에게 화를 안길 뿐이다. 이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 발 물러나 냉정하게 위기관리를 논해야 할 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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