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올해 전기차 판매 본격 시동…나란히 1·2위
수입 브랜드들의 전기차 경쟁 본격화
'전기차 시대' 공격형 벤츠 vs 수비형 BMW, 승자는?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왕좌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벤츠와 BMW의 '전기차 시대'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기차 전략에 따라 국내 수입차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5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판매한 전기차는 각각 1003대, 1020대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동안 벤츠가 1363대, BMW는 불과 366대를 판매했던 것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아우디(1533대)였다. 그러나 국내 수입차시장의 1·2위 자리를 지키는 벤츠와 BMW가 전기차 판매에 본격 시동을 걸자, 판매량 순위가 순식간에 바뀐 셈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수입 브랜드들의 전기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전통적인 내연기관 브랜드들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2위 수입차 업체 중 전동화를 향해 더 공격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쪽은 벤츠다. 벤츠는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년에 10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해부터 모든 세그먼트에 순수 전기차를 넣고, 2025년 전기차 판매 비중 50%를 거쳐 전기차 생산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판매 비중이 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안에 전기차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겠다는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인 'EQE 350+'와 'EQE300', 4륜구동 대형 전기 세단인 'EQS 450 4매틱', 고성능 라인인 '메르세데스-AMG EQS53' 등 새로운 전기차를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BMW는 전기차 시대 전환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산하 브랜드인 미니를 완전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BMW의 적극적인 전동화에는 회의적이다.
BMW는 벤츠가 '100%'를 선언한 2030년에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 100% 전기차로 전환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못박지 않았다. BMW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자동차산업이 중국에 지나치게 휘둘리게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며 이른 전기차 시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밝히기도 했다. 집세 CEO는 "선진국들의 전기차 올인 베팅은 전기차용 배터리 원자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집세 CEO는 유럽의 자동차 관련 환경 규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는 한 스위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2035년 이후 모든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유럽의 전기차 정책은 편협한 결정"이라며 "전기차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등의 다른 기술과 시장을 성급하게 막는 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차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완전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내연기과 자동차의 시대를 더 유지해야 한다는 BMW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벤츠와 BMW의 전기차시대 전략에 따라 국내 수입차 시장 지배력이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내연기관을 잘 만드는 브랜드가 전기차도 잘 만들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연기관 시대 브랜드의 가치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기차 시대의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에게 전기차 브랜드의 가치를 처음부터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 전기차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쪽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정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