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원부재료 가격에 수익성 악화…가맹점주는 대체로 환영
가맹본부, 물가 인상 주범 낙인 우려
최근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들이 배달비를 4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치킨업계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각종 식자재 가격에 배달비까지 오르는 만큼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가맹본부에서는 소비자 물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16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들은 최근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과 교촌치킨 자체 앱을 통한 배달주문 기본 배달비를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33% 인상했다.
교촌치킨 기본 메뉴인 ‘교촌오리지날’ 한 마리 가격이 1만6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배달비가 치킨 가격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셈이다.
배달비 인상에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외식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배달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치킨 가격에 배달비까지 더하면 소비자는 한 마리에 2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교촌치킨 측은 “배달비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라며 “가맹점 수익과 관련한 것이기에 본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촌치킨 배달비 논란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치킨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찬성한다는 반응이다. 올 들어 식용유와 밀가루, 생닭, 포장재 등 각종 원부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익성 방어에 매달렸던 만큼 배달비 인상을 통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긍정적인 기대가 나온다.
앞서 bhc치킨은 이달 1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61% 인상한 바 있다. 가맹점의 거센 반발로 7일부터는 공급 가격을 낮췄지만 전과 비교해서는 4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또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이달부터 가맹점 부자재 공급가격도 인상한 바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월 매출 5000만원을 찍어도 정작 가져가는 돈이 한 달에 400만원 남짓”이라며 “그마저도 가족들이 주방 일을 돕고 내가 직접 배달을 해서 이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 배달 대행사를 썼을 때는 200만원도 못 가져간 달이 많다”면서 “배달비로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 이 참에 전반적으로 배달비가 올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 가맹본부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가맹점주 수익 보전을 위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칫 물가인상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인 작년 6월과 비교해 8.0% 상승했다. 이는 30년 전인 1992년 10월(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치킨은 11.0% 상승해 갈비탕(12.1%), 자장면(11.5%), 김밥(10.6%), 생선회(10.4%)와 함께 10% 이상 상승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각종 원부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을 인상해달라는 가맹점주 요청이 부쩍 늘었다”면서도 “여러 외식 품목 가운데 유독 치킨 가격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가격 인상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맹점이 잘 돼야 본사도 수익을 얻는 구조라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가능하면 반영하려고 하지만 배달비 문제는 물가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새 정부가 들어서고 물가안정을 가장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서 찍히면 남은 기간 동안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