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 2시간 가량 통화
펠로시 대만 방문 가능성에 中 반발
美 "대화, 직접적이었고 솔직했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추진되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영상통화를 갖고 날 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AP, 로이터 통신, CNN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28일(현지시간) 2시간 17분 동안 통화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의 정책이 변하지 않았으며, 대만의 현재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차원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의견 차이를 관리하고 공동 관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소통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이날 통화는 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대만 문제를 비롯해 관세, 무역, 신장 위구르 인권, 남중국해 분쟁 등의 이슈에 대해 입장차를 재확인한 모양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은 14억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면서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언행일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시 주석이 지난 11월 두 지도자가 나눈 대화에서도 비슷한 언어를 사용했다"면서 "중국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은유를 분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고위 당국자는 "입법부는 행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별도의 기관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 외에는, 이미 설명한 것 이상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대만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는 직접적이었고 솔직했다"면서 "두 정상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대만에 관해서 견해 차이가 있지만 40년 넘게 이를 관리해오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열린 소통 라인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남중국해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넓게 말하면 중국의 활동이 국제 규칙 기반 질서와 어긋나는 방식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간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며 경고성 메시지를 쏟아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루샹 중국사회과학원(CASS)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대만 해협의 현재 상태를 파괴하고 현재의 게임을 새로운 게임으로 몰고 나갈 것"이라며 "두 정상 간 통화 후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그 때는 통화에서 도출한 결과들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결연히 반대하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만약 미국 측이 고집스럽게 중국 측 한계를 넘는다면 이에 응당한 반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일 펠로시 하원의장이 8월 대만 방문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