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기소시 직무정지' 당헌 80조 개정에 무게
'하급심서 금고형 이상 받을 경우' 수위 조정 유력
비명계 중심 반발…"극심한 사당화 논란 빠질 것"
박홍근 "청원 전부터 논의"… 李 염두 개정설 일축
더불어민주당 내 당헌 제80조 개정 논란이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확산되고 있다. '기소된 당직자는 직무 정지될 수 있다'는 당헌 제80조를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권리당원 중심으로 빗발치고, 당도 이달 중순께 당헌 개정을 사실상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당대표 체제'를 위한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8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이달 중순께 당헌 80조 개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전준위와 지도부는 당헌 개정에 무게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 80조는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를 담고 있는 조항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다.
민주당 당원 청원게시판에는 해당 조항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이 지난 1일 게재됐다. 검찰이 '정치보복' 성격으로 기소할 경우 당직을 바로 정지하는 건 부당하니, 이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당헌을 고쳐달라는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8일 오전 현재까지 약 7만명이 동의했다. 지도부가 3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하는 요건인 '권리당원 5만명 이상 동의'를 일찌감치 충족한 것이다.
당은 직무 정지의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에서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등으로 수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이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청원에 동의를 요청하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서 "왜 특정인을 위해 당헌을 바꾸냐라는 비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헌 개정으로 인해 우리 당은 이미 큰 쓴맛을 봤다"면서 "이번에 이렇게 하면 또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직무가) 그냥 정지가 되는 게 아니고 임의규정이고, 할 수 있다라고 돼 있고, 또한 중립적인 외부 인사로 구성된 당 윤리심판원에서 심사를 해서 구제를 할 수가 있는 장치도 있다"면서 "지금 현재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그거 가지고 못 믿겠다는 것이다. 민심은 '위인설법' '내로남불'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권을 두고 이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이 의원을 겨냥한 '사당화 방지' 기자회견 후 "특정인 누구를 위해서 그런 일이 벌어져서 또 다른 사당화의 논란, 또 다른 패배로 가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도 "저는 개인의 위험이 당의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당헌 80조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민주당이 더 극심한 사당화 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권주자인 강훈식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에 "이 문제가 제기된 시점과 맥락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전당대회 직전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당이 당헌 개정을 현실화한다면, 비명계의 반발은 극대화 돼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를 우려한 듯 최근 KBS라디오에서 "일부 팬덤 지지자가 당헌 개정 청원을 하는데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 규정은 재량 규정으로 해석해야지 강행 규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문맥상 기소돼도 당직을 그만두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석해야 하고 더군다나 정치보복성 수사의 경우에는 역시 또 안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굳이 이 의원이 개정해달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전준위가 청원 게재 전부터 당헌 개정 논의 중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원 동의자가 5만명을 넘어서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된 건 맞지만, 이 의원의 당선을 염두에 둔 작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절차에 따라 할 뿐이다. 이미 당원 청원 게시판을 통해 5만명 이상이 요구한 사항이고, 그전부터 관련된 논의는 전준위에서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준위가 향후 논의해서 비대위에 보고하면 그 논의 내용을 가지고 비대위가 공식 논의하는 과정이 있지 않느냐. 그러니 지금은 절차에 따라서 논의할 예정이란 말만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