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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찾은 정의선, 바이든에 '보답' 받아내나


입력 2022.08.24 10:21 수정 2022.08.24 10:2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23일 미국행…우리 정부 IRA 대응 아웃리치와 보조 맞출 듯

바이든 5월 방한 당시 단독 회동 인연, 긍정 역할 기대

미국 전기차 공장 조기착공 대비 현장점검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국내외 언론 스피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당시 정 회장과 만나 ‘투자에 대한 보답’을 언급한 만큼 정 회장이 미국 정부와의 협의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서 1~2주간 머물며 뉴욕과 워싱턴 DC, 조지아주 등에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미국행은 현대차그룹 산하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가 IRA 발효로 미국 전기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IRA는 미국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의 보조금이다.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를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현대차는 아이오닉5, 코나EV, 제네시스 GV60, 기아는 EV6, 니로EV 등 양사 도합 5개 모델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과 같은 내연기관차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는 기존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에서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주력 전기차 모델들은 모두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깔아야 한다.


기존 판매모델 외에 미국 시장을 겨냥해 새로 개발 중인 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 7과 EV9 역시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Georgia)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1000만원의 가격 핸디캡을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5와 EV6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대중 브랜드 차종을 1000만원씩이나 더 주고 사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대로라면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힘들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이같은 IRA 발효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정부와 협력해 IRA의 불합리한 부분의 개선을 요청하고 보조금 미지급 기간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 받거나 수입 쿼터(할당량)를 일정부분 부여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내 전기차 공장 설립을 서두르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병행돼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 재무부가 IRA에 따른 세제 혜택 기준을 4분기(10∼12월)에 정하기에 앞서 미국 측에 우리 업계의 요구사항이 많이 반영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정 회장 역시 미국 출장 기간 동안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5월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는 등 인연이 있어 IRA 대응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105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에 감사를 표하며 “이런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일종의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약속을 받은 당사자인 정 회장이 현지에 가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면 현대차의 상황을 어느 정도 감안해주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착공도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당초 이 공장을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상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IRA 관련 소식이 전해지며 올해 10월로 착공 시점을 앞당겨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회장은 현지에서 공장 조기 착공을 위한 기술적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조지아주정부와 관련 행정 지원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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