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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분쟁 자초한 기아 노조…임단협 분리투표가 부결사태 초래


입력 2022.09.02 20:14 수정 2022.09.02 20: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임금안 가결 불구, 단협 부결로 재협상해야

업계 유일 분리투표가 구조적으로 부결 가능성 높여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8월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국내 투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2일 실시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임금안 가결에도 불구, 단협 부결로 전체 교섭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기아 노사가 소모적 대립을 지속하게 됐다.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시 사측은 물론, 교섭 상대인 노조 집행부도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부결 가능성을 높이는 분리투표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임금안은 1만5130명(58.7%) 찬성으로 가결됐으나, 단협안은 1만795명(41.9%) 찬성, 1만4839명(57.6%) 반대로 부결됐다.


높은 찬성률에서 볼 수 있듯 올해 교섭에서 임금성 부분 잠정합의는 조합원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급 9만8000원 인상에, 경영성과급 300%+5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무상주 49주 지급 등이 주 내용이다.


앞서 교섭을 타결한 현대자동차 노사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결론을 내렸었다.


최대 쟁점인 고용안정 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노사는 국내공장에서 PBV 등 미래차 신사업 핵심 거점으로 거듭 나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의 미래 변화 관련 합의를 체결했다. 미래변화 TFT를 신설, 자동차 산업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이런 내용이 담겼음에도 불구, 잠정합의안이 최종 부결된 것은 임금안과 단협안을 분리해 투표하는 기아 노조의 기형적 시스템에 근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기아 노조는 임단협 연도(단협은 2년 주기)에 임금안과 단협안을 구분해 별도 투표를 실시해 임금안, 단협안 중 하나라도 부결이 될 경우 재협상을 해왔다.


지난 2000년 이후 임단협 분리투표로 인해 부결된 횟수는 총 3회에 달한다. 그 중 2회는 임금안이 가결됐음에도 단협안 부결로 최종 부결된 사례다.


명확히 숫자로 표시되는 임금 및 성과금을 다루는 임금안은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조합원들의 찬성을 이끌어낼 조건을 도출해 낼 여지가 높지만 단협은 그렇지 않다. 단협안에서도 임금성이나 복지 등 추가적인 유인책이 없을 경우 부결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와 같이 임금안, 단협안을 함께 투표하는 경우 각각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표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단점만 부각돼 부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번 투표 결과를 단순 계산하면 임금안 찬성인원 1만5130명, 단협안 찬성인원 1만795명으로 총 2만5925명이 찬성표를 던져 합산 시 50.3%라는 찬성 비율이 나온다. 임금안 반대 인원은 1만513명, 단협안 반대 인원은 1만4839명 등 총 2만5352명이 반대 의사를 표시해 49.2%를 기록한 만큼 단순 계산시 최종 결과는 가결로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금안의 찬성이 단협안의 반대 투표율보다 높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두 안을 종합적으로 평가를 했다면 가결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기아도 현대차처럼 임단협에 대해 분리투표가 아닌, 단일투표로 진행했을 경우 가결로 결론이 났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임단협 부결로 기아 노사는 전체 안건을 다시 협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임금안의 부속안 등에 단협안과 유사한 미래차, 신사업 관련 사항 등이 포함된 상태에서 불필요한 소모적 줄다리기를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도 출범 후 첫 임단협에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안은 서로 연관된 내용이 많아 임금안과 단협안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모든 안건을 함께 고려한 조합원 총의를 묻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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