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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윤핵관'엔 날개가 있나 [김민석의 갓심]


입력 2022.09.07 07:00 수정 2022.09.07 05:3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당 정상화'에 '윤핵관 퇴진 우선' 응답 과반

장제원 "계파활동 모임·활동 않겠다" 선언

'권성동 원내대표 거취 표명'에도 눈길 쏠려

'당내 권력' 아닌 '정부 성공' 위해 물러나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과 장제원 의원(왼쪽)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목표와 현상의 격차다. 격차가 생긴 데는 원인이 있다. 문제 해결이란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과정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민의힘이 겪고 있는 문제는 당내 권력이란 목표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투쟁이란 현상때문에 빚어졌다. 당내 권력을 향한 투쟁을 벌이는 두 주체는 누가 뭐라해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전 대표다.


국민들은 '윤핵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모든 문제의 중심엔 '윤핵관'이 있었다. 이 전 대표가 중앙윤리위원회에 소명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지난 7월 7일에도 '윤핵관'이 '성 상납 의혹'을 폭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후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던 때에도 윤핵관은 중심에 있었다. 지난달 26일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을 때, 정치권의 시각은 윤핵관에게 쏠렸다.


윤핵관이 손댄 모든 부분은 전부 문제 덩어리가 됐다. 사상초유의 여당 대표 징계라는 오명을 안고 내려간 이 전 대표는 독(毒)을 품고 당내 상황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윤핵관의 주도로 출범한 첫 번째 비대위는 출범 17일 만에 표류했다. 당헌까지 고쳐가며 출범을 앞둔 두 번째 비대위는 이 전 대표가 추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심사 결과에 가슴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모습이 국민 눈에 좋게 비칠 수가 없다. 실제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국민의힘 정상화를 위한 선제조건'을 조사한 결과 33.6%가 "윤핵관은 자숙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이준석과 윤핵관 모두 물러나야 한다"(28.1%)는 의견과 합치면 응답자의 과반이 윤핵관 퇴진이 정상화의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모든 문제와 결과를 보면서 사람들이 품었던 의문은 하나다. "언제쯤에야 윤핵관은 내려올 것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먼저 내놓은 것은 윤핵관의 핵심이라 불렸던 장제원 의원이었다.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파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던 장 의원이 스스로 후퇴를 선언한 것이다. 장 의원이 어떤 배경과 이유로 이런 결심을 내렸는지, 또 이 선언을 지킬지에 앞서 국민들은 장 의원의 이 같은 결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 의원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물러날 때를 알았기 때문이다.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촉나라 제갈공명이 북벌을 위해 위나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진창성을 공격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제갈공명은 의외로 견고한 수비벽에 막혀 진창성을 20일 이상 공격했지만 함락은 고사하고 지속된 피해가 잇따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진창성을 북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만큼 이 성을 꼭 함락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공략법에 고심하고 있던 찰나 곁에 있던 장수 강유(姜維)가 제갈공명에게 "이런 때는 이(離·떠날 이)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진창성 하나에 매달리는 것이야말로 적의 생각대로 말려드는 것이 아닐지요"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제갈공명은 "그렇다. 그 '이'다. 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 중요한 것이로구나"라고 경탄하며 말머리를 돌려 다른 기산으로 향해 위나라의 조진 대도독과의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이제 국민들의 눈은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이 완료되는 시점에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를 '자진사퇴'에 대한 우회적 의사로 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아직은 권 원내대표의 입에서 '사퇴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지금 권 원내대표에게도 필요한 것은 '이'다. 국민의힘의 목표는 '당내 권력'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만들어진 진보 정권을 5년 만에 보수 정권에 돌려준 건 당내 권력 다툼을 벌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선택한 건 '일상의 희망'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고 있다면 윤핵관들은 너무 큰 집착보다 당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아름답게 떨어지는 방법을 통해 '이'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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