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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이오닉 6 "동생의 부족한 2%, 형이 채워주마"


입력 2022.09.22 08:00 수정 2022.09.21 17:3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패밀리 세단의 넓은 실내공간에 마초적 주행 감성까지

인테리어, 편의사양 등 아이오닉 5보다 한층 다듬어져

아이오닉 6.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만든 전용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물론,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비롯한 성능, 넓은 실내공간, 다양한 쓰임새까지 다재다능한 전기차로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CUV라는 차급의 실용적 이미지와 다소 튀는 외모는 모든 소비자를 아우르는 데 한계로 지적된다.


그 부족한 2%를 채워줄 전기차가 탄생했다. 숫자가 하나 올라간 아이오닉 6다. 전통적인 패밀리 세단 선호층은 물론, 마초적 주행 감성을 추구하는 드라이버까지 동생이 놓친 부분을 채워줄 좀 더 정제된 모델이다.


20일 경기도 하남시 하남도시공사 주차장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6를 타봤다. 시승 구간은 경기도 가평군 더플래츠 카페까지 왕복 약 120km로, 고속도로와 국도, 호수 주변 와인딩 코스가 포함됐다.


시승차로는 아이오닉 6 롱레인지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 20인치 휠과 HTRAC(사륜구동) 등이 추가된 풀옵션 모델이 제공됐다. 이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0km다. 롱레인지 2WD(이륜구동) 모델에 18인치 휠이 장착된 기본형은 한 번 충전에 524km나 달릴 수 있지만 타이어 인치업과 HTRAC 적용의 대가로 100km나 손해 봤다.


아이오닉 6 앞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아이오닉 6의 인상은 동생과는 전혀 딴 판이다. 아이오닉 5가 ‘얌전히 도심을 누빌 상(相)’이라면 아이오닉 6는 ‘고속도로나 트랙을 달릴 상’이다. 패밀리룩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듯,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얼핏 보면 포르쉐 911을 닮은 스포티한 외양이지만 전기차의 특성상 그만큼 늘씬한 몸매를 갖진 못했다.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위쪽으로는 중형 세단에 걸맞은 헤드룸을 확보하려다 보니 전고가 많이 치솟은 탓이다.


아이오닉6의 전고는 1495mm로 현대차의 내연기관 중형 세단인 쏘나타(1445mm)보다 50mm나 높다. 그렇다 보니 측면에서 보면 둥근 지붕의 아치가 폭스바겐 뉴 비틀 만큼이나 ‘통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오닉 6 뒷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날카롭게 튀어나온 트렁크 리드의 에지와 그 위에 장착된 리어 스포일러는 높은 전고로 인한 시각적 불편함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주행 퍼포먼스를 한층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리어 스포일러는 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와류(공기 소용돌이)를 억제해 공력성능을 높여준다. 이는 연비 측면에서나 달리기 성능 측면에서 큰 이점이다. 고속 주행시 발생하는 양력도 리어 스포일러가 억제해 준다.


아이오닉 6 리어 스포일러.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생김새만큼이나 주행 성능도 발군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소리 없이 쭉쭉 올라가는 속도가 쾌감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머릿속에 위험 신호를 울릴 정도다.


아이오닉 6 롱레인지 HTRAC 모델의 최고출력은 239kW, 최대토크는 605Nm에 달한다. 내연기관차 제원 표기방식으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320마력에 최대토크 61.7kg‧m다. 3.5ℓ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얹은 제네시스 G90(380마력, 54kg‧m)에 필적한다.


현대차그룹 고성능 전기차의 최고봉인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 트림(360kW, 700Nm)에 비하면 구동계 자체의 성능은 떨어지지만 더 가벼운 차체에 더 높은 공력성능 덕분인지 아이오닉 6의 가속성능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느낌이다.


아이오닉 6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

드레그 레이스를 할 게 아니라면 이런 성능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편리하게 느껴지는 건 램프에서 저속으로 달리다 고속도로에 합류할 때다. 내연기관차처럼 급가속시 rpm을 끌어올리느라 낑낑대는 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최대토크를 뿜어내니 가뿐하게 차량 흐름에 합류할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릴 때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하부에 깔린 묵직한 배터리로 인해 기본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은 데다, 리어 스포일러가 들썩이는 꽁무니를 눌러 주니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주행 퍼포먼스는 가평 호반로 와인딩 코스를 달릴 때 더욱 두드러졌다. 급커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차체 쏠림이 거의 없다. 차량 특성을 감안한 듯 서스펜션 세팅도 현대차 치고는 단단한 편이다.


아이오닉 6 뒷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내공간 구성은 아이오닉 5보다는 덜 진보적이다. 시트 배치는 일반 세단과 동일하고 뒷좌석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수도 없다. 센터콘솔 역시 1열 좌석 사이에 고정돼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특성상 바닥면이 평평하다보니 뒷좌석 레그룸이 제원상의 수치보다 넓게 느껴진다. 센터콘솔 하단에도 짐을 놓을 만한 큼지막한 공간이 있다.


트렁크 크기도 일반 내연기관 중형 세단 정도 수준이다. 긴 짐을 넣어야 할 경우 뒷좌석을 접을 수도 있다.


아이오닉 6 트렁크를 열고 뒷좌석을 접은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아이오닉 6 운전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인테리어는 아이오닉 5보다 한층 다듬어졌다. 기어노브를 핸들 옆으로 옮기면서 1열 좌석 사이의 공간은 깔끔해졌다. 일반 차량에서는 운전석 도어에 붙어 있던 전좌석 파워윈도우 버튼과 도어락 버튼 등을 모두 센터콘솔 상단으로 배치했다. 그 덕에 운전석과 동승석 도어의 돌출부는 오롯이 암레스트 역할만 수행하게 됐다.


전자식 사이드미러도 깔끔해졌다. 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아이오닉 5에서는 도어에 붙여놓아 마치 비(非)순정 부품을 사다 달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아이오닉 6에서는 대시보드 일체형으로 구성했다.


아이오닉 6(왼쪽)와 아이오닉 5의 전자식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 위치 비교. 아이오닉 5는 도어에 장착돼 기존 광학식 사이드미러 위치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아이오닉 6의 경우 대시보드 일체형으로 핸들에 너무 바짝 붙어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이같은 배치는 보기엔 좋지만 기능적으로는 다소 불편하다. 광학식 사이드미러를 보던 위치와 너무 차이가 커 차선을 변경하다 후측면에서 오는 차량을 놓칠 뻔한 사례가 몇 번 있었다. 물론, 아이오닉 6의 오너가 된다면 차차 익숙해질 일이다.


핸들 위 버튼류의 위치도 아이오닉 5를 비롯한 기존 현대차의 배치와 정 반대다. 아이오닉 6는 오디오‧전화연결 버튼이 오른쪽에, 클러스터‧크루즈컨트롤 조작 버튼이 왼쪽에 위치해 있어 기존 차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혼동이 될 수 있다.


기아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K8부터 디스플레이 배치가 클러스터는 왼쪽, 인포테인먼트 관련은 오른쪽이라는 점을 감안해 버튼류 배치를 바꿨는데, 현대차도 이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등에 땀이 차는 느낌이 들어 통풍시트 버튼을 한참 찾다가 시트 온도 조작 기능이 디스플레이 안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리 버튼이었다면 한 번 누르면 될 것을 여러 단계를 거쳐 조작하다 보니 영 불편하다. 차의 온갖 기능을 터치스크린을 주물러가며 해결토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유행시킨 엘론 머스크에게 ‘심심(甚深)한 유감’을 표하고 싶다.


아이오닉 6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

시승을 마치고 전비(電比)를 체크해 보니 5.3kWh가 나왔다. 고성능 모델인데다 주행 모드를 줄곧 ‘스포트’로 유지한 채 급가속을 반복했음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이날 시승자 중 가장 높은 전비 기록은 7.3kWh였고, 전체 시승자 평균은 5.6kWh였다.


아이오닉 6 롱레인지 프레스티지에 20인치 휠과 HTRAC 등 풀옵션을 장착한 시승 차량의 가격은 총 6726만5493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세제 혜택 적용 후)이다. 국고 보조금 70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 200만원)을 적용하면 5000만원 후반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가장 저렴한 스탠다드 모델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5200만원으로, 보조금 적용시 4000만원 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타깃 :

- 아이오닉 5를 사려다 귀엽다는 소리 듣기 싫어 포기했다면.

- 전기차에서 만끽하는 투스카니 감성.


▲주의할 점 :

- 창문을 열려 하건, 음악을 들으려 하건, 조작 버튼은 당신이 무의식중에 손을 뻗은 곳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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