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부회장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 발휘…새역사 만들자"
국가 애도 기간 감안해 행사 대폭 축소…추모 묵념으로 희생자 기려
미래 먹거리 담긴 '뉴삼성' 메시지 관심…연말 인사에 담을 가능성
삼성전자가 창립 53주년을 맞았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 기간을 감안해 최대한 차분한 분위기에서 보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대표이사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3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며 "삼성전자의 저력과 도전 의지를 바탕으로 또 한 번 새롭게 변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특히 한 부회장은 ▲한계 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새롭게 성장하고 ▲고객 중심으로 핵심 경쟁력을 재정의하며 ▲지속가능경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소통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새로운 기회 영역인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봇, 메타버스 등에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성장 모멘텀을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 혁신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자"면서 "선구적인 준법정신과 문화가 삼성전자의 기본 가치로 자리잡도록 적극 동참해 달라"고 독려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했지만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이후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변경했다.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창립기념일이지만 이 회장은 예년와 같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지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창립 50주년이었던 2019년 이례적으로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낸 적을 제외하고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당초 계획했던 내부 축하 공연을 취소하고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기념식을 시작했다. 기념식도 한층 간소하고 엄중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
두 대표이사는 전날 사내 게시판에 애도 메시지를 내고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임직원 여러분은 국가 애도 기간 희생자 추모에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이 회장이 '뉴삼성' 비전 등을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해왔다. 올해 사법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난데다 지난달 회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삼성의 방향성을 가늠할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지난 27일 취임사로 갈음한 메시지에서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를 언급해 반도체·스마트폰에 이어 삼성의 미래 먹거리 역할을 할 신성장동력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다만 이날 창립기념일이 조용하게 진행된만큼 재계는 '뉴삼성' 로드맵이 연말 인사와 즈음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초격차 기술 개발은 물론 신사업 발굴에 삼성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직 개편과 사장단 인사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지위 유지는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5G(5세대)에 이어 6G를 선제 대비하는 데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중이다. 바이오 역시 미래 유망 먹거리로 떠오른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 바 있다.
배터리 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성과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경기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전고체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성과, 글로벌 투자 수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이 회장은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한편 주요 삼성 해외 사업장을 돌며 글로벌 경영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에 소재한 주요 사업장을 살피며 현'뉴삼성'에 속도를 내기 위한 구상에 골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창립기념일이 같은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도 각각 창립 49주년과 10주년을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다.
1973년 3월 출범한 삼성전기는 초도 출하일인 11월 1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았고 지난 2012년 7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창립일을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