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도는 북핵을 용인하라
미국 핵군축 회담 수용 강제하는 군사적 시위
재래식 군사력을 보다 공격적으로 전개 용이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 염두에 두고 군사적 도발
북한의 고강도 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결말은 무엇인가?
북한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북핵을 용인하고 그에 기초해 미국과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공세는 미국이 핵군축 회담을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군사적 시위의 마지막 국면에 해당한다.
첫째 현 국면의 끝이 군사적 충돌일 수 있다. 핵이 무서운 것은 핵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을 보다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뒷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도발을 가하고 한미가 이에 맞대응할 때 북한의 핵 전력을 의식해야 한다면 대응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의 핵전력이 없었다면 전쟁을 훨씬 일찍 끝날 수 있었던 것과 같다. 힘과 힘, 기세와 기세가 충돌하는 속에서 얼마든지 군사적 대치가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둘째로 협상이 있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10월 27일,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10월 19일 북한과 핵군축 협상이 필요함을 제기한 바 있다. 10월 28일 미 국무부가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북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협상이 진행되면 미국은 미국에 도달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탄두의 양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줄이려 할 것이다. 문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어디까지 들어주느냐 일 텐테 주한미군 주둔, 핵우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양보안을 한·일 나아가 대만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그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0월 중·하순 미국 일부에서 핵 군축론이 제기되자 국내 일각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정부차원의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민간에서 함부로 논란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지만 정세 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로는 국제정세의 격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병력. 병참 등 기본적인 전력에서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런 정도이면 수개월 정도이면 결판이 날 것 같다. 판세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은 핵을 사용하는 것과 국제적인 지원과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아마도 세계정세 자체가 변할 것이다. 서방세계는 보다 전면적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하거나 핵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세계의 보다 전면적인 개입은 러시아와 친러 국가들의 개입으로 이어져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국지전은 3차 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의 결말과 여파도 보다 근본적이고 치명적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지역분쟁으로는 이란을 들 수 있다. 이란은 22살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이란이 사우디나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도발을 한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는 현 상황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데 유리한 기회라고 판단할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상황이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황에 맞게 자신들의 선택을 조율하려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 위기와 국제정세가 이전에 비해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응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일련의 생각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영원히 대화와 협상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본은 북한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투철한 안보태세임은 명확해 보인다. 이 영역에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의 대북화해 정책 그리고 현재 범야의 전략적 자세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그렇다고 대화. 협상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문제일 듯싶다. 북한은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무작정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이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위협적인 공세를 취하더라도 한미가 대응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원래 핵은 그런 것이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인가 대화와 협상 그리고 타협은 불가피해 보인다. 섣부른 논란을 자제하면서도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대담한 결단에 보다 유연해야 한다.
셋째. 시급히 국론을 통일하고 한반도 평화의 관점에서 단결해야 한다. 현 정국은 진영으로 갈라져 사사건건 대치하는 불안한 형국이다. 외교 안보의 일선에서 조종간을 쥐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은 비상시국으로 보인다. 내치와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을 가능한 접어두고 일치단결 해야 할 때이다.
경제상황의 악화 또한 정치적 단합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미 연준의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2023년 봄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안보위기에 더해 경제적 위기가 더해질 전망이다. 경제적 위기는 안보위기를 더하는 세계적인 정치적 리더십 형성을 지체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에서 극우 정치세력이 성장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등에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것도 그러하다.
한국 또한 북핵 위기와 경제위기가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상황을 냉정히 보고 과단성 있고 대담하게 사태를 수습할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해 보인다.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