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BIS 13% 붕괴 위기
지원 수요 늘면서 고민 깊어져
KDB산업은행이 채권 발행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전력 적자 등으로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우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선뜻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서기도 애매한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자본 적성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산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임원 회의에서 "연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3% 방어가 쉽지 않다"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현물출자 납입 등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활용해 BIS비율 방어에 노력해달라고"고 말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본 건전성 지표로 은행의 자기자본액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산은의 BIS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15.89%, 지난해 말 기준 14.88%,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4.85%으로 점점 하락세다.
산은의 BIS 비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한전의 적자다. 올해 한전의 상반기 적자 규모는 여개 최대 규모인 14조3000억원에 이른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적자가 지분법 손실을 일으켜 산은의 자본을 갉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산은은 한전 지분 약 33%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연말까지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가스·석유 등 에너지값 급등으로 전력 구입 가격이 치솟는데도, 판매 단가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물가가 출렁일 수 있어 이 역시 쉽지 않다.
강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지분법상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 BIS비율을 6bp(1bp=0.01%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2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BIS비율은 137bp가량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산은은 한전 적자 21조 기준 산은의 기업 지원 역량 약 33조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산은에서 돈 나갈 곳은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50조원 이상 규모의 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는데 산은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이끌고 있다. 이중 산은과 기업은행이 회사채·CP 매입에 써야 할 금액이 10조원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 지원이 필요한 산업군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된 회사채 수요를 높이기 위해 산금채 발행 자제를 요구하면서 산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산은은 자금조달 구조상 산업금융채권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 산업과 기업 지원이 설립 목적인 국책은행의 특성상 예금으로 자금 조달하는 비중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채권 발행에 나선다해도 대규모 발행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만나 은행채 발행을 자제한 뒤로 시중은행은 이후로 채권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