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흐름 맞춰 구조 개혁 추진
석유 중심 벗어나 에너지 허브로
LNG 벙커링 등 경제효과 수조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이나 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기계, 조선, 화학 등 중공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 환경 시대로 들어서면서 항만 또한 환경친화적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항은 국내 1위, 세계 4위 규모 액체물류 중심항이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기간 항로에 위치하고 조수간만 차가 작아 24시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어 12개 글로벌 탱크터미널사가 울산항에서 영업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울산항만공사는 다른 항만과 차별화된 액체물류항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3대 오일허브(ARA·걸프만·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해 울산항을 세계 4대 오일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목적으로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나 친환경 흐름 속 석유산업 시황 악화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갈림길에 선 울산항만공사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에너지’ 허브 사업으로 변경했다. 기존 석유에 국한하지 않고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로 사업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때마침 정부 제8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따라 SK가스가 울산에 LNG·LPG 복합 발전소를 구축하자 울산항만공사는 이를 이용해 2019년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 등으로 구성한 합작법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을 설립하게 된다.
울산항만공사는 에너지 허브 구축을 위해 기존 울산항 유류 전용 부두 가운데 6만DWT(최대적재량)급 선석(항구에서 배를 대는 자리)과 1만DWT급 선석을 각각 1개씩 LNG 전용 선석으로 변경했다.
LNG 전용 선석 변경은 울산항이 오일 허브를 넘어 에너지 허브로 몸집을 키우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동북아 에너지(오일·가스) 허브를 실현하는 첫 단계 사업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친환경 연로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1단계 사업만 완료해도 울산항은 연간 600만t 이상 LNG 물동량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북아 에너지 허브 사업은 68만4000㎡ 부지에 약 3조원을 투입해 2430만 배럴 규모 저장 시설과 8선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울산 북신항 1단계, 남신항 2단계 등으로 나눠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국내 유일 LNG와 석유제품(나프타, 경유 등)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복합 에너지 허브 터미널로 현재 LNG 탱크 3기 64만5000KL(킬로리터), 석유제품 27만KL, 대형가스선 및 벙커링선 접안 시설을 설치 중이다.
전체 부지 면적은 에너지허브 1단계 구축에 30만4000㎡, 배후단지 2공구에 18만1000㎡에 달한다. 총사업비는 각각 1조6811억원, 1조77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2019년 합작회사를 설립해 2024년 1, 2단계 시운전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울산지역 최초 LNG 터미널로 최신의 가스저장 시설과 최적의 부두 인프라를 제공해 암모니아와 수소 등 다양한 미래지향적 사업과 접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지역 기업과 협력·상생해 고용을 창출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도한다는 목표다. 이 사업으로 인한 지역 생산유발 효과는 약 4조50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울산항만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년 선박연료유 황함유량 규제에 따라 친환경 LNG 연료 추진 선박이 늘어나고 이와 연계해 LNG 벙커링 수요도 자연히 급증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LNG 저장시설은 울산항에 LNG 벙커링 사업을 추진하는 데 좋은 호재”라고 설명했다. 벙커링은 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울산항만공사 설명대로 IMO 규제 강화로 LNG 추진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LNG 벙커링 터미널은 항만 필수 기반 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LNG 벙커링 수요 창출을 위해 해양수산부, 해양환경관리공단과 함께 낡은 디젤 추진 예인선을 LNG 추진 선박으로 전환하는 사업과 LNG 벙커링 활성화 인센티브 사업, LNG 벙커링 핵심 기술 및 체계 개발 실증사업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약하는 울산항③] 불붙는 그린 연료 쟁탈전…동북아 ‘에너지 물류허브’ 선점에서 계속됩니다.